아프리카 알제리 SKIKDA

북 아프리카, 알제리

by Massoud Jun



*** 2011년 알제리 스킥다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현장은 역겨운 가스 냄새로 가득찼다.

누군가 멋모르고 담배 불이라도 붙인다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만큼 현장엔 냄새가 심했다. 오래되고 녹슬어 운용이 가능할까 싶은 정유시설과 함께 강한 압력을 받은 배관 조임에서 세어 나오는 공기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기계음이 어울려 현장은 바쁘게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스꺼운 냄새로 인해 구토와 두통을 유발하는 일이 많아졌음에도 그야말로 철야 작업까지 계속 이뤄졌다.


바람이 없는 날엔 자욱한 미세먼지가 도시 전체를 뒤덮었다. 그 미세 먼지는 지중해의 맑은 하늘에 비해, 유독 정유공장 위의 하늘을 감쌌고 안개처럼 자욱했다. 피할 수 없는 그 먼지 아래 가끔 마른 기침을 토하곤 했다. 발주처 공장 정문을 통과해서 현장까지 올라가는 길은 걸어서 15분여 걸렸다. 삼성 토목 팀에서 전용 차량을 내주어 현장까지 직행하게 지원을 해주었다.


오래된 도시 스킥다는 알제리 국영기업인 소나트락 정유 공장이 만든 도시였다. 프랑스가 알제리에서 물러가던 1962년에 불을 질러 완전히 폐쇄되었던 곳을 일본 업체가 재건하고 중국 업체가 다시 한 번, 유지 보수 공사를 했던 곳이기도 했다. 주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유공장은 위치하고 있었지만 그 곳엔 북아프리카 지중해와 만나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이루어진 '쟌 다르크'라는 조그만 도시를 끼고 있었다.


2차 대전, 포로 수용소, 군 야영지였던 역사를 간직한 잔다르크는 완성된 집이 거의 없었다.

고급스런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건물들이 건축을 하다 말고 철근이 솟아 올라 있었다. 그런 집에 내부 인테리어를 끝내지 않고 임시로 가구들을 설치해서 사람들이 살았다. 그랬기 때문에, 완성된 집을 보는 것이 어색할 정도였지만 스킥다 시내는 오래되어 낡은 느낌에 가꾸지 않은 게으름이 가득했다. 18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큰 도시에서 지척이었였다.


삼성 엔지니어링은 그곳에서 매일 투입 인원을 갱신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곳에 직영으로 들어갔던 우리가 맡은 곳은, 개.보수 현장의 토목공사로, 생산중인 원유시설이 많은데다 여러 번의 폭발 사고도 있었던 곳으로 사망자도 꽤 있었다. 중국인들이 정유공장을 만들었고 한 번의 보수 공사가 있었던 곳에 이전 설계도도 없었기 때문에 작업은 더뎠고 심심하면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지기 다반사였다. 현장 공무 담당이 바뀌길 여러 번, 토목 공사 팀도 여러 번 바뀌었던 난공사 현장이었다. 모든 공사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는 중요한 곳이었다. 새로운 장비들로 교체할 때, 모든 정유 설비를 중지해야하는 곳이기도 했다.






새로운 대규모 토목팀이었던 우리가 현장에 도착하자 캠프 식당에서 현장 시공담당 상무와 박과장이 직접 우리를 영접하고 저녁을 대접했다. 대기업이라고 권위적으로 누르며 갑질을 할 줄 알았더니 첫 날부터 삼성엔지니어링 토목 박과장과 상무가 직접 나와 대접을 하면서 예우를 했다. 한국회사의 갑질에 대해서 너무도 악명 높게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당연하게 있을 줄 알았던 갑질 보다 친절하고 살가웠다는 게 신기하게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며 더더욱 절실하게 깨달았지만 각 파트장이나 직원들 모두 협력적이고 친절했다. 꾸며진 것이 아닌 몸에 베인 친절과 협력인 듯 했다.


저녁은 형식적이었지만 직접 현장 총괄 책임자가 나와, 여수에서 명성이 자자한 진응 건설 직원들을 맞이한 박과장과 상무는 현장의 난관과 목표치를 간략하게 설명했고 도움을 요청했다. 진응 건설은 여수에서 전설같은 건설업체로 이 현장 공무 담당이 추천해서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돌격대로 네 번째 들어 오는 업체란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면서 서 상무가 중동 현장이나 알제리에 다니면서 느꼈던 종교의 차이점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카타르에서 근무할 때와 알제리는 같은 아랍국인데도 문화나 종교 풍습이 차이가 많네.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더만"


"어? 상무님 서부 경남 사투리 쓰시네요? 고향이 진주 쪽이신듯 합니다?"


"응? 그걸 우찌 알아?"


"어머이 뱃 속에서부터 들어왔던 말인데 제가 프랑스에 오래 살아 고향의 언어가 그리웠는데, 딱 들으니 그렇습니다. ㅎㅎ."


아랍 국가들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차이점에 있습니다만 풍습과 문화는 그 나라의 전통에 따라 변화되어 왔습니다. 선지자 모하메드의 후계자로써 셋 째 아들이던 알리가 살해 당하자, 대가 끊겨 알리를 마지막 후계자라고 추종하는 시아파와 알리 살해 후, 칼리파라는 대표를 뽑아 후계자로 지금까지 내려 온 수니파와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여기 알제리는 프랑스에서 132년 동안 식민지배 후에 남은 프랑스의 영향력과 아랍국으로 회귀를 위해 중동 정통이 아닌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정통성을 가진 중동 주변 국가들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니는 그런 걸 우찌 아노?"


"제가 프랑스에서 여행사 가이드를 해서 이것저것 좀 배웠습니다"


"그래? 우쨌던 반갑네. 동향 사람을 다 만나고"


상무는 캐나다에 살다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외부 인사로 채용되었다고 말했다.


삼성 1캠프 입구


우리는 곧장 현장에 투입되어 밤샘하듯 한 달을 보냈다. 변화가 거의 없어 보이던 현장엔 토목 공사가 착착 진행되었다. 덤프 트럭도 펌프 카도 들어가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진응건설의 업무 추진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업무 관리 능력은 대단했다. 도저히 헛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적재적소에 인력 배치, 인력관리, 발주처와의 코디네이터, 장비 배치와 운용에 능했다. 그 덕에 밤낮없이 진행된 공사가 서서히 진척을 보이며 사람들의 면면도 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군말 없이 자신들의 업무에 충실하며 알제리 인력들과도 잘 어울리며 업무 지시를 하는 모습들에 프로의 모습이 물씬 풍겼다.


삼성으로부터 인정 받은 진응 건설 인력들을 마중하기 위해, 한국에서 들어오는 보충 인력들을 픽업하러 알제 공항으로 간 날이었다. 한국에서 가져오는 장비가 세관을 빠져 나오지 못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공항 경비에게 뇌물을 주고 들어갔다. 세관이 요구하는 것은 뇌물이라는 분위기 파악이 되자, 담당자의 사무실로 찾아가 뇌물 없이 행정절차를 밟아 서류를 작성한 다음, 알제리 정부로부터 처분을 위해 삼성의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세관원들은 더 이상 뇌물을 요구하지 않았다.


한 번에 해결하고 나와, 국제공항과 연결된 국내공항으로 이동해서 안나바로 향하는 국내 편 항공 편을 확인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이미 예약된 자리를 더블로 예약했는지 대기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쩔 수 없이, 예약 부스가 잘 보이는 건너편 카페에 앉아 새로 온 사람들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하며 커피를 마시는 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비행기는 이미 떠나버렸다고 말하면서 우리를 찾았는데 어디 있었느냐고 말도 안 되는 책임전가를 했다.


자신들 부스 앞에 10여명의 아시아인들은 우리 밖에 없었고 일부러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음에도 그 직원의 뻔뻔하고 오만한 거짓말에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 올랐다. 난생 처음 당해보는 황당한 경험이었다.


어이를 상실하여 분노에 찬 고성으로 항공사 직원에게 불성실과 무능에 대해 비난하기 시작하자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경찰들에게 항공사 직원들의 농락으로 비행기를 놓쳤는데 오히려 우리가 여기 뻔히 있었음에도 우리에게 잘못을 떠넘긴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나 가재는 게 편이라던가! 경찰은 항공사 직원 편을 들었다.


“알라가 보고 있어! 너희들의 거짓말과 책임전가는 벌을 받을 거야!”


이번엔 더더욱 몰려든 공항의 승객들과 보안 요원들까지 합쳐 경찰들과 혼자서 맞짱을 뜨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대기자 서류를 들고 뿌리며 그들의 무책임한 행정과 무성의를 질책했다. 이중 예약을 해서 빈자리가 없었던 탓에 데스크 바로 앞에서 간식을 먹으며 대기했지만, 비행기는 떠나버렸고, 예약자 10명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 버린 그들은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았다. 항공사 책임자를 찾아가서 따지니 다음 비행 편을 예약해 주었다.


하루를 기다릴 수 없었다.


그러나 사무실 보고 후, 택시 3대를 잡아타고 테러의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는 비 오는 밤 길을 뚫고 7시간을 달려 새벽 세시에 캠프에 도착했다. 다음 날, 비행 편으로 올 거라 예상했던 관리자들이 모두 놀랐다. 누구도 택시를 타고 새벽을 달려 올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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