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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Oct 02. 2019

삼성중공업 안전

삼성중공업 3; 삼성의 안전



 노동의 한 편에,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만난 테크닙 사람들도 보다 많이 알게 되어, 저녁이 되면 바에서 맥주 몇 잔에 프렌치 식 밤 문화를 즐겼다. 그러던 하루는 테크닙 서열 2위라는 시행 매니저 크리스토프 매떼와 약속을 잡고 찾아갔다. 휴식 공간과 안전에 대해 나눌 얘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테크닙 안전 매니저를 찾아갔다. 내게 삼성중공업의 부장들이나 다른 직위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협력업체 물량 팀장의 하찮은 보조공을 어떻게 대할지 뻔했기 때문에 말이 통하는 테크닙을 만나, 프랑스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 목적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런 자유토론이 가능했다.


 이 친구들이 관리하는 안전에 대한 클레임을 걸고 싶었다.

테크닙이나 셸에서 관리하는 안전 방식은, 선주 감독관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몰래 사진을 찍어 삼성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삼성은 협력업체의 사진을 찍었고 결국 안전에 걸리는 모든 사람들은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뿐인 상황이었다. 마치 ‘에너미 엣 더 게이트’에서 저격수가 노리는 적군처럼 사진을 찍었다. 그 상황을 따지러 가는 것이었다.


 안전이란 놈들이 하는 짓이 몰래 숨어 사진이나 찍는다는 게 얼마나 웃긴 일인지, 차라리 삼성의 안전과 협력 업체의 안전 자격도 없는 안전 관리자들을 처리하는 게 더 효과적일 터였다. 더욱이, 안전비용을 프로젝트 비용으로 받으면서 모두 외주화 해버리고 사고가 나면 협력업체에 떠 맡기는 책임전가는 단연 돋보였다. 삼성맨들은 현장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돈만 받아 챙겨 먹고 안전관리는 하청업체 직장, 반장에게 '안전'이란 옷만 입혀 놓고 전문 능력은커녕, 노동자들 염장이나 지르는 밥 버러지들을 욕이라도 실컷 해줄 요량이었다.


피솔관에 점심 먹으러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관리자들은 뒤편 건물 가운데 시계가 12시를 가리켜야 통과를 시켰다. 삼성의 관리 방식이었고 또하나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였다.



 한국의 안전요원들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자들이 많지 않았다.

한 명의 자격증을 가진 안전 관리가 있으면 그 밑으로 안전이 지시한 미션을 수행하는 안전관리는 자격이 없어도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그런, 그들이 실적을 내기 위해 안전완장을 차고, 작업자들에게 행하는 업무 지시가 어떨까......, 설령, 산업 안전 등의 자격증이 있어도 영어권에 들어가면 기가 죽었다. 고객 감동이니, 주문주니, 주인님이나 발주처라는 말로, 그들 앞엔 한없이 나약하고 선한 존재가 되어 살살 웃음 짓는 모습은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한국 안전 업체들은 갑질에 너무 잘 단련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작업 정지를 내리고 작업자들에게 안전 조치를 취해서 오히려 작업자들이 안전에 더 민감했다. 따라서 안전이 오면 딴지 걸 것이 두려웠지, 실제 안전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었다.


 또한, 선주 감독관으로 근무하는 사람들도 국제 안전자격증이라는 NEBOSH를 가진 사람도 별로 없었고 안전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서도 인맥과 학연으로 자리를 꿰찼고 그들의 그룹을 형성했다. 그런 유대관계는 또한 라인을 만들었고 연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간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선주 감독관들은 작업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지 않았다. 친절하고 세련되게 지적인 미소를 날리며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안전이 작업장 근처에 다가오는 것은, 또 어떤 개소리로 작업자들의 기분을 망칠까에 대한 두려움이었지, 그들의 간섭이 우리의 안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작업자는 거의 없었다. 그들 안전의 제1의 시선은 안전고리 체결이었다. 그것은 깜빡 잊고 있거나, 고리를 체결할 곳이 없을 경우에 사진을 찍어 자신의 업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더더욱 비열한 갑질이었다. 자신도 일하다 보면 꼭 같이 할 것이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서로서로 챙겨 주었기 때문에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이 시행하는 성과 제도는 없는 것도 만들고, 있는 것도 부풀려서 작업자들에게 요구했다. 따라서 작업자들은 서로가 안전이 필요 없을 정도의 전문가가 되었지만 항상 작업 중엔 잊기 마련이어서, 그들이 진정으로 개입해야 할 것은 작업 정지나 작업자들 열 받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전의 실력을 몸소 선보이면서 사람들에게 현장 교육을 시키는 것이었음에도 그들은 보고했고 다음 날엔 인민재판하듯, 누가 뭐 안 해서 걸렸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로 돌아왔다.


 나는 어차피 그만 둘 거, 반장 같은 자가 마치 법인 것처럼 구는 자들에겐 소 귀에 경읽기였고 차라리 지나가는 개랑 얘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없었다. 그들 또한, 기량자도 아닌 보조공과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아니면, 지위 고하가 있다는 자부심이었는지 나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협력회사의 관리는 목숨 바쳐 충성해야 할 주군이었고 삼성 직원은 감히 우러러볼 수 없는 하늘이었기 때문에 그런 책임전가의 조직 시스템이 전해주는 작업 문화의 염증이 극에 달해 가고 있었다.


 삼성의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방법은 악랄했다.

쉬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즉, 점심을 타이트하게 관리해서 배나 모듈에서 12시 이전에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 내려와서 혹시 식당으로 향하는 인력이 있다 하더라도 삼성 직원들이 나와서 막았다. 식당까지 가는 시간? 중요치 않았다. 현장에서 모듈이나 배 아래로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이 12시였다. 그 이전에 못 나오게 삼성 직원들이 막았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협력업체가 관리해야 했음에도 삼성 직원들이 몸소 '시종 시간 엄수' 어깨띠를 두르고 배를 내려오는 길목을 지켰다.


 점심 후의 휴식 시간?

정확하게 12시 45분에 오후 조회를 했다. 밥 먹고 담배 한 대 피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현장으로 돌아가기에도 바쁜 시간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일까? 협력업체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밥을 먹고살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 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착취할까 하는 충성심이었지, 그 누구도 일을 잘하기 때문에, 혹은 잘하고 싶어서 금쪽같은 휴식시간을 날려가며 충성하고 싶은 마음은 0.1도 없었다. 그러나, 먹고사는 위대한 힘은 그 강요에 굴복하게 했고 굴욕적이지만 따르지 않으면 쫓겨나야 했다. 그 선봉을 물량팀이 섰다.


 기계화된 동료들의 갑질과 갈굼은 갑들의 갑질을 능가했고 수법이 치사하고 비열했다. 나이, 존중, 협력은 개나 줄 사치였다.

                                        

 선주사가 선주사의 권한과 직권으로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시스템과 잘못된 관행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리 없는 선주사들은 오로지 일 잘하지만 권리를 누릴 줄 모르는 한국인들만 보일 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고 마땅한 권리로 주장하는 사람들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선주사의 권한과 그들의 직권남용을 따질 생각이었다.


 내겐 내 뜻에 동조하는 많은 테크닙 친구들과 심지어 총괄 매니저와도 이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고 테크닙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수 차례 얘기했던 터였다. 또한, 테크닙도 삼성과 협력으로 일하는 업체일 뿐, 선주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요구해도 무의미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말도 하지 못하느니, 가서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작업 중이던 배 위에서도 쇳가루와 분진가루가 휘날리는 안에서 12시 이전에 내려가지 못하게 막았다.



***  테크닙, 삼성 컨소시엄(TSC)



 선주사의 매니저를 찾으려면 미리 약속을 해야 했다. 심지어 알고 있는 엔지니어를 찾아갈 때도 미리 약속이 잡혀 있어야 했다. 들어가는 입구에 선주사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들이 출입관리를 하며 용건을 물었지만 약속 있어서 왔다고 하면 들어갈 수 있었다.


 테크닙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정보는 테크닙 안전 매니저가 남아공 사람이며 프랑스어가 안 된다는 것 정도였다. 맨땅에 헤딩에 익숙한 나는 그들의 신사 다움과 지랄 같은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지랄 같으면 너 같은 놈도 안전 매니저냐’고 욕을 해주면 되었고 괜찮은 사람이면 시정을 요구하면 될 터였다. 그러나, 쫓겨날 염려도 있었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의 유대관계로 친구가 된, 테크닙 오퍼레이션 매니저인 크리스토프 메떼와 잠시 면담을 나누었다. 크리스토퍼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커피를 마시며 내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내가 제기한 문제는 안전이 담당해야 할 내용이라며 그쪽으로 알아볼 것을 권했다.

 테크닙 직원들이 있는 층으로 내려갔다.

물어 물어 찾아간 곳에서 안전 매니저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매니저 앞의 여성에게 눈인사를 하고 안전 매니저임을 확인하고 나는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라고 밝히고 영어가 원활하지 않으니 양해를 구했다.


“현장에 일하면서 테크닙에서 행하는 안전지침과 안전에 대한 노력을 의심치 않습니다만 단 한 명의 테크닙 안전 관리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아닙니다. 미스터 준, 계속하세요”


“좋습니다. 당신들의 안전 감독관을 여기 온 지 현장에서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몰래 사진 찍어 삼성과 협력 업체를 압박하면 안전해집니까? 다음으로 현장에서 휴대폰 사용이 지나쳐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게임은 정신을 잃게 해서 업무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대책이 있나요?


 그리고 미스터 코헨, 현장 사람들이 오전, 오후 모두 합해서 휴식 시간이 20분입니다. 또한 휴식 시에 그늘도 없는 곳에서 햇빛을 그대로 받으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위험한 자재들 주변에서 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직무유기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현장 노동자들은 이 무더위에도 그늘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없이 햇빛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삼성에서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지원해주지 않으니, 세계 제1위의 엔지니어링 업체인 테크닙에서 제공해주실 수 없나요? 이것은 작업자들의 쾌적한 작업환경과 안전에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미스터 크리스토프 메떼씨와도 얘기를 나누었더니 코헨씨에게 문의하라 했습니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질문했다. 어려운 언어가 있었지만 씨바 알아듣는 건 너 님 몫이었으니, 영어를 잘할 한국 여직원의 도움 없이 혼자 진행한 대화였다. 코헨은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었고 심각하게 답변을 내놓았다.


“미스터 준, 저희가 안전에 대해 고용해야 할 직원은 정해져 있고 해야 할 업무도 정해져 있습니다. 삼성과의 컨소시엄 계약에 따르면 안전 중, 삼성 파트의 헐과 테크닙 파트의 모듈이 있습니다만 삼성중공업에서 안전 관리자들을 보충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음으로 휴대폰 사용은 삼성의 노조와 협력해서 수도 없이 대화를 나누었지만 인권상의……”


“삼성엔 노조가 없습니다. 미스터 코헨!”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를 상대하는 노조가 있습니다. 그들을 공식적으로 상대하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의 후, 휴대폰 사용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약서상 테크닙의 업무에는 노동자들의 휴식을 위한 휴게소, 셸터는 삼성의 몫입니다. 테크닙에게 요구하시면 안 됩니다. 미스터 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슈 크리스토프 메떼(소장)와 상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를 잘 아시나요?”


“조금 전에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의 프렌치 친구들과 만나 카페테라스에서 프렌치 식 커피를 마시고 잠깐의 여유를 즐긴 나는 업무에 복귀했다. 오후 세 시, 담배를 필 시간이었지만 모두들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사와 팀장의 충성경쟁에 희생당하는 내 신세가 불쌍했다. 말 한마디 못하고 눈치를 살피는 내가 한없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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