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름다운 성장기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 그저 감사해.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필히 무슨 말을 듣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던 아이들에게,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보상심리가 자라는 것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평안이 당연하게,
가족들이 나눠준 사랑이 무심하게 여겨지는 것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표현하는 것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가족보다 친구에게 더 자연스러운 표현
수업시간에 필기도구를 빌려준 친구에게,
혹은 놀이시간에 자리를 양보해준 친구에게 우리 딸은
대부분 그 즉시, 단호하고 경쾌한 감사인사를 전한다.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는 고맙단 말을 망설이고 가볍게 얼버무리는 일이
빈번해지며, 엄마의 심기는 불편해졌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 또한 늘어갔다.
엄마, 나한테도 시간을 줘. 어른들한테 인사할 때도 그렇고
할머니한테 선물받을 때도 그렇고, 항상 엄마가 먼저 대신하잖아.
그럼 나는 뭔가 억지로 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 하기 싫어..
흠.. 그게 왜 시간이 필요한 일일까.. 쑥스러워서 그래?
그런데 지율아, 예의와 감사를 모르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야.
길에서 어른을 만나면 당연히 먼저 인사해야 하고,
할머니나 이모가 선물을 주면 주저없이 고마움을 전해야 해.
지율이가 인사를 준비하는 동안 바쁜 어른은 그냥 지나가버리고,
할머니가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너를 빤히 쳐다보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리고 착한 우리 딸 입에는 놓친 말들이 맴돌아 자꾸만 생각나겠지.
엄마는 지율이가 스스로도 마음에 거리낌 없이
예의바르고, 그래서 더욱 당당한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어.
#2. 항상 그 자리에 있기에 당연한 존재, 엄마
아침에 눈을 뜨면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하는 것이,
갖고 싶은 것이 생기거나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부모를 조르는 것이 당연해진 요즘. 평범한 가정에서 나름 무탈한 일과를
보내는 딸아이에게, 어느새 부모의 존재는 당연하고 마땅한 것이 되어 있었다.
엄마 그거 알아? 어린이에게도 권리가 있대.
어른들한테 보호받으며 잘먹고 잘클수 있도록 나라에서 보살펴줘야 하는거지.
그러니까 엄마아빠가 우릴 돌보는 건 당연한거야.
그래. 지율아, 어린이에게도 권리가 있지. 그런데 말이야.
세상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의 모습을 갖고 있단다.
어린이에게 권리가 있다면 의무도 있고, 한편으로는 어른에게 주어진
권리도 있는 것이지. 그런 면에서 어린이는 세상을 열심히 배워야 하고
어른은 너희들이 올바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잘 가르치고 이끌어야 해.
하지만 그 속에서 당연한 건 없어. 누군가의 권리는 보통 다른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거거든. 지율이의 편안한 오늘 하루는,
엄마아빠가 우리 시간을 양보하고 열심히 일하며 만들어준 시간이니까..
평소 잊고 지내다가도 문득 생각났을 때는 고마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3. 미안해, 만큼이나 이제는 듣기 힘들어진 말
자신이 불리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는 입을 닫아버리는
딸아이에게서 요즘 더욱 듣기 힘든 말은 '미안해', 다음으로 '고마워'이다.
그런데 최근 나름의 언변과 논리가 늘어가는 동생과 말다툼이 잦아지며
우리 딸에게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오고 있다.
(동생에게)야, 너 누나한테 고맙단 말 안해?
그거 누나가 힘들게 뽑기한거야~, 누나 껀데 너한테 양보한거라니까?
안할거면 도로 줘! 내 꺼야~, 이거. (장난감 확 채가는)
하하.. 지율아, 그런데 너는 엄마아빠한테 고맙단 말 잘해?
그럼 엄마아빠도 지율이한테 준거 다시 뺏어와야겠네(웃음).
예전에 지율이가 그랬지?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효준이는 더 어린 동생인데,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엄마가 지율이를 기다려준 것처럼, 지율이도 동생을 기다려줘야지.
그런데 기분이 어때? 호의를 베풀었는데 감사받지 못하는 느낌이??
(으르렁)엄마! 지금 나 놀리는거야?!!
우리 딸은, 자신에게 주어진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고
가까운 사람에게 감사를 전하는 데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욱 고맙다.
그러한 평화를 그저 일상으로 누리며 구김없이 자랄 수 있음에,
마음으로 느끼는 고마움을 조금씩 표현하는 연습을 하며 자랄 것이기에..
이 아이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성장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이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