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외로워.

외로움과 조금씩 친해지면 한 뼘 더 자랄 수 있어.

by 선물같은 오늘

하루에도 수십번씩 부르는 엄마.

너무나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

매일같이 정해진 학교와 학원의 일과.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딸은

생각보다 자주 외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디로 보내줘야 할지를

알지 못한채 답답하고 막막한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1.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넷이 더


혼자가 외로워 둘이 만나 결혼을 했고

둘이 쓸쓸하여 하나를 더해 셋이 되었다.

그리고 더해진 하나가 세상에 남아 외로울까

안쓰러워 다시 하나를 더해 넷이 된 지금..

우리 가족은 너무나 다복하지만, 때때로 소슬하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오늘도 조금씩 외로움과 친해지는 중이다.


엄마도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어?
난 우리 셋이 살았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어딜가든 내가
먼저였는데.. 이제는 다들 효준이만 예뻐하는 거 같아서 속상해.
그래, 맞아. 예전에 아기 지율이를 보면 어른들이 정말 예뻐해주셨지.
그런 관심과 사랑이 동생한테 넘어간 것 같아서 속상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말이야. 지율이를 향한 애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모습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지율이는 여전히 엄마아빠나 할머니할아버지,
그리고 이모들 마음 속 일번이야. 그런데 예전보다 좀더 컸으니 이제는
아홉살에 걸맞는 방식으로, 어울리는 선물을 주거나 좋아할만한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궁금증이나 고민거리를 나누며 대화를 하는거야. 그게 다 관심의 표현이고
사랑의 나눔인데, 지율이가 미처 깨닫지 못한거 아닐까?
다섯살에 걸맞는 사랑은 효준이한테 넘겨주고, 우리 딸이 이제는 아홉살에
어울리는 사랑을 누리고 즐기면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어.
언젠가 지금을 또 그리워할 날이 올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엄마가 가끔 돌아가고 싶은 옛날은
지율이가 생각하는 그보다 더~ 옛날이야(웃음).



#2. 때로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혼자


딸아이가 다섯살 무렵, 유치원 같은 반 친구와

불편한 일이 잦아 진급 당시 반 배정을 도와줬던 일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에 입학하고 조금씩 사회를 준비하며

대인관계 또한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려 한다.

언젠가 내가 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불편한 관계가 생겼을 때

아이가 직접 조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 요즘 수현이랑 지아가 친해진 거 같아.
쉬는 시간에 자기들끼리 얘기하다, 내가 가면 다른 데로 가기도 해.
나도 뭐 다른 친구들이랑 놀면 되니까 괜찮은데..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아.
아, 그렇구나. 지율이가 충분히 서운할 수 있겠다.
그래도 속상한 마음에 빠져있지 않고, 금새 다른 친구들을
찾아 어울린다고 하니 대견하고 기특하네, 우리 딸.
지율아,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날이 오는 것처럼
세상도 매일 바뀌고 사람도 매번 달라져. 한순간의 기분이나
한사람의 마음에 매달려 있기에, 세상은 너무 넓고 지율이는 아직 어려.
그래서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 다양한 친구를 만나보라는 거야.
그 안에서 지율이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고르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거르는 방법을 배워가는 거지.
수현이와 지아 둘이서만 하고 싶은 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이해하고,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고 지속된다면
다른 친구와 마음을 열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수현이와 지아가, 지율이와 맞지 않는 친구일 수도 있거든.
그런데 지율아. 한가지 기억해야 할 건 있어.
아무리 많은 친구를 사귀어도, 혼자만의 시간은 언제든 올 수 있어.
그런 시간에 지율이가 당황하지 않고 재미있는 일을 찾거나
의미있는 생각을 한다면, 지율이는 더욱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야.



#3.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여 생각하는 시간


밀린 집안일에 지쳐 혼잣말로,

아이들의 고집과 억지에 질려 성내며..

나는 종종 혼자있고 싶다는 말을 한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처음 그 말을 들은 딸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속상하고 서운해했지만, 이제는 내가 지친 기색을 보일 때면

일부러 동생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 놀아주는 등

엄마의 쉼과 숨을 이해하고 있다. 물론 아직 서운한 마음은 있겠지만..


엄마는 혼자 있을 때 뭐해? 나랑 효준이도 없고
아빠도 회사가면 엄마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엄마는 혼자 있는 게 좋지?
흠.. 엄마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즐기는거야.
아침에 아빠와 지율이, 효준이를 챙겨 보내고
다시 저녁에 만나 챙겨 재우기까지.. 엄마는 사실 앉아있을 시간조차
없거든. 우리가족 모두 모이면 왁자지껄하고 재미있는 일도 있지만
엄마 자신에게 집중하고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없어.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엄마인 순간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내가 원하는 일,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게 엄마한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야. 그리고 그건 엄마 혼자 있을 때 가능하지.
그때 충분히 쉬고 다듬어야, 다시 엄마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
금방 지치지 않고 오래 웃을 수 있어. 그래서 엄마는, 함께 있는 것만큼이나
혼자 있는 것도 좋아. 이건 아빠나 지율이, 효준이에게도 마찬가지야.
혼자 있는 시간, 조금 외로운 그 순간을 현명하게 보내면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소중하고 행복하게 잘 보낼 수 있단다.



우리는 모두 외롭다. 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고단함에 잠시 쉴 줄 알면 다시 일어 설 준비를 할 수 있고

어울림에서 잠시 벗어나면 언젠가 홀로 설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고요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에너지를 만들고, 다른 이와 함께할 때 아름다운 시너지를 이룬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외로움과 조금 더 친해질 때, 한 뼘 더 자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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