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함께 오래오래 행복하자.

대체로 즐겁고 때로는 무겁게.. 네 곁에서 행복하게 늙어볼께.

by 선물같은 오늘

몇 년 전 큰 아픔을 겪기 전까지..

나는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행복을 좇아

일상의 감사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과오의 결과는 너무나 잔혹했으며,

상처는 깊고 진하게 아직 내 안에 남아있다. 하지만

어느 덧 새살이 돋아, 더 행복하게 늙어갈 내 삶에 그것은

고결한 상장이자 영광의 훈장으로 빛을 더하고 있다.

나는 감히 말한다. 행복은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1. 매일 밤, 엄마 곁에 누워 돌돌돌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동생과 함께

잠자리 독립을 시도해보았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

잘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엄마를 찾았고,

곁에 누워 엄마 베개 아래 손을 파묻어 잠을 청하는 습관은 여전했다.

덕분에 신랑은 아이 공부방에서 하숙을 하는 중이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랄 때까지 기다려줘야겠다는 생각은 동일하다.

제법 큰 발을 휘두르는 잠꼬대나 팽이처럼 한바퀴 돌아가는 잠버릇은

숙면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잠자리는 내게 소중하다.

하루 일과 가운데 아이가 가장 편안하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는 시간이고,

내 작은 새의 재잘재잘 귀여운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내가 먼저 깜빡 잠들었다 새벽에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곤 하는데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져있곤 한다.

우리 딸에게도, 내게도 함께 잠드는 밤은 매일이 행복이다.


난 하루 중에서 이 시간이 제일 좋아.
조금 전 숙제할 때 엄마가 친절하지 않아서 화가 났는데,
방금 이불 속에 들어오면서 엄마 냄새 맡으니까 괜찮아졌어.
엄마,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응.. (쿨쿨)



#2. 도서관은 내 최애 놀이터


집에서도 아무 때나 책장 앞에 앉아 책을 꺼내들고

학교에서 과제로 배정되는 독서록에 불평이 없으며

백일장이나 독후감 대회에 관심을 보이는 딸아이는 책과의 인연이 깊다.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흥미와 재미를 조금이라도 오래 유지하고

아이가 자라며 더 큰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리라..

엄마, 세상에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 많은 것 같아.
티비 보거나 게임 하는 것도 재미있긴 한데, 나는 책 읽는 것도 좋아.
우리 이번 방학에는 매일매일 도서관에 가는 게 어때?
(하하)우리 지율이 독서열이 대단한데?
맞아, 세상에는 좋은 책이 정말 많아. 영상을 여러 편 보는 것보다
책을 한 권이라도 잘 읽는 게,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경우도 있지.
엄마는 우리 지율이가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인터넷 검색창에 글을 남기는 것보다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어. 손가락 몇개 두드려서 쉽게 얻은 정보보다는
다양한 책들 가운데 내게 적합한 책을 찾아 공들여 얻은 자료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더 큰 힘이 될거야. 그런 면에서 엄마는
우리 지율이가 책읽기를 공부로 생각하지 않고
쉼으로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어린이라 정말 고마워.
우리 딸에게 도서관이 행복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해.



#3. 친구들은 나의 비타민


작년 7월,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딸아이는 친구들과 문자나 전화를 하며

깔깔거리는 일이 잦아졌다. 막상 내용을 들어보면

시덥잖고 소소한 일임에도, 서로의 한마디에 열렬한 반응을

보여준다. 낙엽 굴러가는 소리에도 웃음이 터진다는 소녀감성이

저런 것일까.. 시시하고 무뚝뚝한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슬그머니 자괴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딸아이가 지금 이 순간의

순수하고 격의없는 행복을 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오래전에 연락을 끊은 친구에게 가벼운 안부를 묻고 싶은 충동..

우리 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나는 고요히 흔들린다.


엄마, 다음 내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친구는 몇명이나 초대할 수 있어? 또 키즈카페 갈거야?
이제는 언니오빠들 노는 데로 가자~, 아기들 가는 데는 시시해.
어머나, 지율아. 내년 2월을 벌써 준비하는거야?
그래, 우리 딸한테는 친구들이 비타민이니까
생일 하루 가득 충전해서 열살 한해도 신나게 보내자!
엄마가 초등언니들 갈만한 놀이터가 어디있는지 좀 찾아볼께.
대신 제일 좋아하는 친구 딱 세명만 초대하는 거야(웃음).



더운 날 입 안에서 녹는 아이스크림.

유수풀 위에 둥둥 떠서 바라보는 파란 하늘.

친구가 보내온 우스꽝스러운 이모티콘.

엄마냄새가 베인 포근한 이불.


오늘도 우리 딸의 소소하고 담백한 행복은 계속된다.

그 안에서 아이는 건강하고 무탈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곁에서 나는 밝고 명랑한 할머니로 늙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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