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나를 발견할 때 부끄러워.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같아.

by 선물같은 오늘

아홉살 소녀의 마음은 변덕스럽고 때로는 혼란스럽다.

친구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고 싶다가도

나만의 문구용품이나 옷을 꾸미고 싶고, 아플 때 알약을 먹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루 탄 물약을 먹는 게 어쩐지 부끄러워

화장실에서 몰래 먹고 나온다. 남들과 뭔가 다르게 보이고 싶으면서도

정작 튀는 것은 싫은 마음 속 갈등은 비단 아홉살 소녀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어른들도 아직까지, 세상에 섞여 어느 무리의 구성원이 되고 싶으면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은 양면의 욕구로 인해 매일 좌절하고 다시 희망하니 말이다.



#1. 농담 한마디에 발끈하는 아홉살 소녀


언젠가부터 사소한 농담에 발끈하고

함께 장난치다가도 어느 순간 토라져 돌아서는 우리 딸.

사실 그 경계도 모호해서,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서부터 기분나쁜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저 매 순간 딸아이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해듣고

그 즉시 수용하고 사과하는 것이 서투른 엄마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엄마는 나 놀리는 게 재미있어? 싫다는데 왜 자꾸 그러는거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궁디팡팡하는 것도 정말 짜증나..
선생님이, 싫다는데 계속 하는 건 괴롭히는 거라고 하셨어.
이런, 우리 딸 정말 화났네(무안).. 미안해, 진심으로 사과할께.
지율이가 당황하거나 토라질 때 반응이 조금 귀여워서 엄마가 일부러
더 놀리고 약올린건데.. 우리 딸 입장에서는 충분히 괴로울 수 있었겠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 궁디팡팡하는 건 더욱 조심할께(웃음).
그나저나 우리 딸 다 컸네.. 주변 이목도 신경쓰고 농담에 발끈하고(웃음).
다시 한번 미안해. 지율이가 창피하거나 불쾌한 장난은 이제 정말 하지 않을께.



#2. 조금씩 드러나는 신체변화에 낯선 불편함


작년 여름만 해도 그저 아이 같았는데,

올해는 첫 물놀이부터 딸아이가 부쩍 자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인터넷을 뒤져 래쉬가드 안에 입을 이너브라를

급하게 샀고, 여름 내내 잘한 일이라 안도했다.

물론, 우리 딸에게는 너무나 낯설고 불편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하하..

이거 너무 불편해. 답답한데 꼭 입어야 돼?
친구들이 보면 놀릴지도 몰라.. 엄마는 어떻게 매일같이 입고 다니는거야?
흠.. 물론 엄마도 때로는 불편하지.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 건
때로는 편함을 미뤄두고 불편함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단다.
지금은 잠깐 껄끄럽겠지만, 앞으로 지율이가 여자로서 더 자라게 되면
세수나 양치, 식사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과로 점점 익숙해져야 하는 일이야.
물론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겠지만, 여자가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하고 조금씩 연습해간다면 분명 편안해지는 날이 올거야.
다행히도 이건 우리 딸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건강한 딸들이 겪는 성장과정이란다.
그러니 억울하게 생각지 말고(웃음),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자.



#3. 가끔 친구들과 비교되는 영어단어 시험결과


라떼(?)는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영어와 대면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을 필두로, 초등학생이 단어시험을

보는 일도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받아쓰기는 언제나 만점을 받는

우리 딸에게, 영어단어 시험의 참담한(?) 결과는 가슴깊이 상처가 되었다.

어느날 밤은 잠자리에 누워 "엄마, 나 영어를 포기하고 싶어.."라는

섬뜩한 말도 했던 차라, 나는 언제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응원을 보낸다.


엄마, 나도 단어시험 백점 받고 일등 하고 싶어..
열심히 하면 될까? 영어시간만 되면 바보가 된것 같아 속상해..
지율아,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거야.
하지만 그것은 영원한 것도 아니란다. 어제는 무엇을 잘하다가도
오늘은 못할 수 있고, 다시 내일은 잘할 수 있지. 보지이 않는 저울이
우리 삶을 올리고 내리며,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 잡아주고 있단다.
우리 딸은 일기나 독서록 쓰는 데 부담이 없지만,
어떤 친구에게는 그런 시간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 수 있지.
반대로 그 친구에게는 영어로 말하고 쓰는 시간이 즐겁지만,
우리 딸에게는 손에 땀을 쥐는 시간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가 말했지? 보이지 않는 저울이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지율이가 잘하고 싶은 마음만 놓지 않으면, 다음달 혹은 내년에는
우리 딸에게도 영어는 편안하고 즐거운 친구가 될 수 있을거야. 화이팅!



요즘 우리 딸의 심경변화는, 대부분 친구들이 기준이 된다.

누구만큼 잘하고 싶고, 누구처럼 예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싶지는 않다.

지율아, 우리는 모두 우주의 작은 점과 같은 존재야.

때로는 뭉치고 때로는 흩어지며 쉴새없이 모양을 바꾸고 나아가는

물고기처럼, 엄마도 지율이도 지금 이 순간 세상을 열심히 헤쳐나가는 중이지.

그러니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함께하는 즐거움에,

친구들과 다른 너를 발견할 때는 너만의 특별함에 기뻐하며

우리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아가자. 영원히 빛날, 엄마의 작은 별.

너의 부끄러움마저 사랑하는 엄마가 우리 딸의 쉼터가 되어줄테니,

숨고 싶을 때는 언제든 들어와. 엄마는 언제나 열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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