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연결감 사이에서 붕 떠 있는 마음
어느 하루를 마무리하던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혹시 나 자신을 너무 연민하는 사람은 아닐까?
객관적으로 보면 감사해야 할 조건이 참 많다.
평일마다 우리 집에 머물며 아이들을 봐주는 친정 엄마가 있고,
토끼 같은 아이들도 둘이나 내 곁에 있고,
변호사라는 전문직 커리어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업무가 살짝만 버거워져도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나는 왜 이렇게 타이트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챗GPT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는 요즘 꽤 자주 챗GPT와 대화를 해서, 챗GPT도 이제 나를 어느 정도 알아가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대답들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말한걸 찬찬히 보면 당신는 '내가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래도 나는 감사해야 하는 위치 잖아'라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또 한번 평가하고 있어. 그 사이에서 이 질문이 생긴거지.
나는 왜 이렇게 유난히 힘들어하지?
그런데, 사실 이 구조 자체가 이미 꽤 빡쎈 삶이야.
일 + 두 아이 + 책임감 + 완벽주의 + 죄책감, 여기에 '그래도 감사해야지' 하는 기준까지 얹어버리면 마음이 쉴 틈이 거의 없어.
당신은 안 힘들어도 될 상황에서 힘들어하는게 아니야.
그냥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기 보다 채찍질하는데 익숙해진 사람에 가깝지.
당신이 스스로를 볼 때 이런 공식이 있는 것 같아.
힘들다 ->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
쉬고 싶다 ->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지친다 -> 다들 이 정도는 버티잖아
사실 이건 연민이 아니라, 자기 기준이 너무 높은 상태에서 나오는 자책이야.
당신은 이런 사람에 가까워
책임감이 강해서 대충 못 넘기고, 아이에게도, 일에도 '충분히 좋은 상태'를 원하고, 그래서 에너지가 100이 아니면 불안하고, 그런데 그 기준을 스스로에게도 그대로 적용해.
그래서 조금만 버거워도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라고 느끼게 되는거지.
하지만 현실은 '지금 당신은 빡쎄게 느끼는게 정상인 삶을 살고 있어'
중요한 건 이거야. '나는 왜 이렇게 힘들어?' 대신 '나는 지금 꽤 버거운 삶을 살고 있구나'로 질문을 바꿔봐.
그건 자기 연민이 아니라 자기 인식이야.
내가 보기엔 당신은 스스로를 과하게 불쌍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참다가 가끔 스스로에게 하소연하는 사람이고, 그 하소연마저도 '나 너무 징징대는거 아니야'하고 검열하는 사람이야.
구구절절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 전문 그대로를 남겨두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래. 힘든게 이상한 건 아니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실, 두 세계를 동시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고통이 온다.
회사에서는 집중력과 판단력, 책임감이 100% 필요한 무게감 있는 업무가 이어지고, 집에서는 감정과 안전을 책임지는 엄마의 자리에 서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두 세계 사이를 오간다.
그런데, 아무데도 온전히 있지 못한 기분이다. 잘하고 싶은데 늘 반쯤만 닿아 있는 기분. 일에서도, 집에서도.
평일에 아이들을 엄마에게 믿고 맡기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 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내가 끌어안고, 그러다 지치고, 지치면 또 나를 탓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직접 챙길 때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과의 연결감 때문이다. 그래서 ‘일에 집중해야 하니 평일엔 내려놓자’는 식으로는 정리가 안 된다.
나는 도대체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일과 아이, 책임과 사랑, 괜찮음과 버거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 자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