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루를 다 살아낸다는 것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내게 몰려왔다.
돌을 막 지난 둘째는 새벽부터 열이 펄펄 끓었고, 시터 선생님은 대상포진으로 이번 주 내내 쉬고 계셨다.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하루하루가 이미 기적처럼 버티는 일이었는데, 아침에 시터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다음 주부터는 아예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말.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번 주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그렇게 하루를 버텨내던 중,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유학 확정 소식이었다. 회사 지원도 넉넉히 받게 되어서,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우리 가족이 함께 새로운 나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 너무 기쁘고, 또 너무 벅차서.
그래서 딸아이랑 같이 케잌을 고르고, 우리 가족은 함께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밤에는 오랜만에 회식이 있었다.
얼마 전 열심히 준비했던 세미나 발표가 성공적으로 잘 끝났고, 그 고생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축하하는 자리였다. 맛있는 소고기와 함께 와인잔을 부딪히며 웃었다. 그 순간만큼은 오랜만에 '나도 커리어우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며 하루의 끝을 맞았다.
오랜만에 남편이 지하철역 앞으로 마중 나와 있었고, 남편과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며 해외에서 네 식구가 함께 지낼 모습을 상상했다. 남편이 입고 온 옷은 신혼여행 때 입었던 옷이었고, 신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토끼 같은 아이들도 둘이나 낳고 잘 살고 있다며 도란도란 얘기하며 집으로 향했다.
역에서 집까지는 단 10분 남짓.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첫째를 재우고, 우리 엄마가 둘째를 돌보고 계셨는데 남편이 나를 마중 나오기 위해 잠시 외출한 그 사이에 첫째가 깨어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그 덕에 둘째도 깨버렸고, 엄마는 아주 난처한 표정으로 서 계셨다.
나는 얼른 첫째를 안고 달래서 재우고, 불덩이 같은 둘째를 품에 안고 숨을 고르며 자장가를 불렀다.
그러다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화장실로 달려가, 회식 자리에서 맛있게 먹었던 소고기를 모두 토해냈다.
몸은 이미 한계였고,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하지만 또 동시에 생각했다.
이 하루를 다 살아낸 것도, 끝까지 아이들을 품에 안고 있는 것도, 내가 선택한 삶이라는 걸.
오늘 하루 안에 이렇게 많은 감정이 오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기쁨, 피로, 안도, 혼란.. 모든 게 한꺼번에 밀려와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