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만에 8kg 감량에 성공한 방법
간헐적 단식 40일 째.
8kg 감량.
65 후반을 가리키던 저울이 57을 간신히 넘긴다. 다이어트 방법으로 처음부터 간헐적 단식을 택한 건 아니었다. 양복 바지 단추가 잠기지 않아 열어 놓고 혁대 버클로 가리고 다닌지 수년 째, 바지 허리를 늘리는 것은 포기하고 살겠다는 뜻이 되는 것이라 식사량을 줄여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날이 다이어트 1일 차가 되었고 아침은 이미 평상시 식사를 한 터라 점심은 거르고 저녁으로 토마토 1개, 오이 1개를 먹었다.
다음 날 아침, 300g 감량.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갈 것인지 정해야 했다. 바지 단추가 헐겁게 잠기던 때가 57kg인 걸 기억해 내고 목표로 삼은 뒤 다이어트 방법을 유튜브로 검색했다. 간헐적 단식이 영상의 많은 수를 차지했다. 들어는 봤지만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했다. 알아본 바 간헐적 단식이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언제 먹는지’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16대8의 원칙을 제시한다. 식사는 충분히 하되 8시간 내에만 하고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한다. 아침을 9시에 먹었다면 그 날 마지막 식사는 17시를 넘기지 않고 다음 날 9시까지는 칼로리가 없는 물만 먹는다. 사람의 몸은 공복 12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열량을 지방을 태워 사용하며 복부지방이 1순위 연료가 된다는 원리였다. 나는 16대8을 적용하되 두 끼만 먹기로 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대체 연료인 지방을 태우되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여 근육은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흰 쌀, 떡, 빵, 면, 과자, 설탕이 들어간 음료수, 달콤한 과일은 끊고 거친 곡물, 두부, 고기, 유제품, 채소로 식단을 채운다. 다이어트 초기 내가 주로 택한 음식 구성은 첫 끼는 두부 반 모, 열무 김치 한 접시, 두 번째 식사는 토마토 1개, 오이 1개였다. 살은 쭉쭉 빠지지만 허기가 지고 지방과 단백질이 부족한 식단이라 공복을 인내하는 과정이 몹시 힘들었다. 이런 이유로 8시간 내에는 포만감을 주는 음식으로 충분히 먹으라 하는구나 싶었다. 허기를 달래는 방법으로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지방과 단백질을 골고루 함유한 삼겹살 1인분을 식단에 포함했다. 정제된 곡물이 아닌 잡곡밥은 괜찮다는 말이 있지만 목표 감량 수치에 이르기전까지는 빼기로 했다. 두 번의 식단에 잡곡밥 한 공기를 넣었을 때 다음 날 전혀 감량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다이어트가 끝났을 때 감량 상태 유지를 위한 식단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되어 주었다. 당시 내가 택한 잡곡의 종류는 현미, 보리, 카무트밀, 귀리, 수수, 서리태, 서목태, 렌틸콩, 병아리콩, 흰강낭콩이었다. 자기 전 열 가지 곡물을 씻어 물에 담궈 냉장고에서 불린 후 다음 날 아침 밥을 지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곡물에 탄수화물 비중이 비록 낮을지라도 지방을 태우기 전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던 모양이다.
다이어트 기간에는 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방해가 있다. 외식이다. 스스로는 외식 금지를 선언했지만 부모님 생신 모임과 같은 외식 장소에서 다이어트라고 까다롭게 굴 필요는 없다 싶어 그런 날은 잠시 쉬어 가는 날로 정했다. 외식에서도 탄수화물이야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다량 포함되어 있는 설탕은 어찌할 수가 없다. 각종 양념과 찌개에서 느껴지는 단맛은 ‘내가 지금 설탕을 먹고 있구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외식 다음 날 아침은 현상 유지를 넘어 몸무게가 하루 전으로 돌아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체중 감량을 돕기 위해서는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걷기는 하루 3~4km를 해봤자 100g을 빼기도 쉽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발견하고 달리기로 바꿨다. 연속해서 달리기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걷고 달리기를 반복했다. 숨을 가쁘게 쉬는 운동을 하자 체중은 더 빠르게 줄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약속으로 인한 외식의 변수만 없었다면 30일 만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겠지만 감량, 유지, 증가의 과정 속에 전반적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40일 만에 8kg 감량에 도달했다. 끊기 어려울 것 같았던 술, 밀가루, 과일도 ‘안 먹고 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먹는 것이 삶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함도 깨닫게 해준 과정이었다. 날씬한 배와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얻으려면 달리는 거리를 하루 3km에서 10km로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양복 바지 단추를 잠그기 위해 일상 속의 식사가 스트레스가 되는 것 또한 문제다. 생각한 해법은 흰쌀, 밀가루, 설탕은 중독에서 벗어난 몸으로 만들고 잡곡의 고소함과 씹는 맛을 즐기고, 삼겹살과 치즈, 계란을 충분한 양으로 맛있게 먹으며 하루 3km 달리기로 운동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되 에너지 연소는 돕는 방법이다.
불룩 나온 배의 자신을 보는 일, 날씬한 허리를 만드는 과정 둘 다 스트레스여서는 안된다. 다이어트는 끝났지만 16대8 간헐적 단식은 계속된다. 먹는 일이 내 삶에 큰 의미를 차지 하지 않게 하되 먹는 두 끼만은 충분히 맛있게 먹는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음식에 지배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즐기는 삶이 건강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