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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Jan 03. 2024

자영업자의 필수항목

이래도 할래?


요즘 자주 눈에 띄는 영상이 있다. "편의점 한 달 매출 얼마?", "프랜차이즈 저가 카페 한 달 매출 얼마!" 정말 알고리즘이 무섭다. 처음에 표면적인 매출 금액을 보면 “우와!” 감탄이 나올 법하다가도 이것저것 뺄 것 다 빼고 순이익을 보고 나면 “우와! 진짜 이것밖에 안 돼?”라고 놀라게 된다. 잘해야 최저시급에 한 달 기준 209시간을 곱했을 때의 금액과 비슷하다. 그것도 그나마 점주가 직접 열심히 뛰었을 때 가능해 보인다. 임대료나 인건비에 따라 정말 한 달 최저임금만큼도 안 나올 때도 있는 것이다. 남의 밑에서 일하지 않고 “사장님!” 소리 듣는 것을 제외하면 그냥 알바를 하는 것이 정말 더 나아 보인다. 실제로 몇 년 이상을 직접 운영해 본 사람들이 실상을 조목조목 알려주면서 이래도 정말 창업을 할 것인가, 자영업자가 될 것인가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는 조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하는가?” 그 이유를 스스로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야 버틸 수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돈이 안 되는데도 끝까지 견디는 이유 말이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왜가 충족되면 어떻게든 버틴다는 걸 직접 체득해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왜는 무엇일까?


이제는 "왜?"를 생각할 때 단순히 밥벌이나 생존을 넘어서 그 방향성이 무엇보다 올바르고 의미와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일을 정말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기까지 한다면 오래 지속하는 데에 금상첨화일 것이다. 소질과 재능, 흥미를 충족하고 선한 영향력과 나눔, 공생과 지속가능한 연대가 가능한 일 같은 것 말이다. - 최근에 책을 읽다가 알게 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호모심비우스(Homo Symbious)라는 말이다. '공생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최재천 교수님이 쓰셨다고 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에 부합한다. -

 

우선은 현재 우리가 가진 재능과 기술로 정직하게 정당한 방법으로 성실하게, 움직이는 만큼은 벌어서 먹고살 수 있게 되었고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 남들보다는 조금 덜 벌더라도 꼼수 쓰지 않고 바가지 씌우지 않고 원한보다는 공덕을 쌓으면서 말이다. 힘들고 거칠고 지저분하다고 기피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이 있겠는가. 생활밀접한 영역인 만큼 시간과 사용빈도에 따라 노후되고 고장 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러니 어느 곳에서든 누구나 꼭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막상 현장에 한 번 가면 정말 덤으로 많은 부분을 봐줄 수밖에 없다. 눈에 밟혀서, 마음에 걸려서. 이러한 경험치가 쌓일수록 더 폭넓고 노련해질 것이다. 그리고 건강과 체력만 허락한다면 그 노익장을 과시하며 오히려 퇴직 없이  나이 먹어서까지 얼마든지 계속할 수도 있다. 소소하게 꾸준히!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니 집수리는 매우 섬세하고 까다로운 직업이다. 먼저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냥 겉만 보는 게 아니라 과정과 원인, 보이지 않는 속까지 꿰뚫어 보는 눈 말이다. 그리고 그걸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갈 것인가 머릿속에 떠올라야 하고 시뮬레이션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손에서 구현이 되는 합일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저 겉보기에는 문이 잘 안 닫힌다고 하는데, 끌 하나 들고서 경첩이 박혀 있는 자리들을 아주 미세하게 조금 더 파거나 조금 덜 파거나 해서 고쳐 놓는다. 나사를 좀 더 조이거나 덜 조이거나 그 미세한 차이는 오직 그 손만이 아는 일이다. 떼어내는 문짝을 함께 잡아주며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매번 신기하다. 과정을 지켜보던 의뢰인도 멋모르고 가격을 깎아서 죄송하다고 원래 금액을 챙겨 줄 때도 있다. 대부분은 그 증상을 들으면 돈이 되지 않는다며 거절하거나 문을 통째로 바꾸라고 한다는데 말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남편은 이참에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전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두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고난도의 일도 직접 할 수 있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전기를 마스터하고 나면 이제 작업실도 곧 생길 것이니 다음 목표는 아마도 목공일지도 모른다. 그것 말고도 할 게 참 많다.        



상가 계약 잔금일을 2주 정도 남겨두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우선 생각나는 대로 챙겨 본다. 한 식구가 살든 열 식구가 살든 기본적으로 당장 냉장고, 세탁기, 밥솥은 필수이듯이 가게를 얻는다는 건 그게 한 평이든 열 평이든 백 평이든 한 살림 차려 나온다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보증금과 매달 월세 이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까지 예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초기비용과 월평균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에 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첫째, 보증금? 최저임금 기준으로 두세 달 정도 쉬지 않고 바짝 일하면 채울 수 있다.


둘째, 월세? 이틀만 열심히 뛰면 충분하다. 상가 관리비, 전기세나 수도요금 같은 공과금까지 다 해도 감당할 만하다. 그만큼 저렴해서 우리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들도 외주관리업체를 많이 써서 기본관리비가 꽤 높은 곳이 많다. 꼭 살펴봐야 한다.


셋째, 우리가 상가를 얻은 가장 중요한 목적인 바로 간판! 여기에 비용을 얼마나 들일 것인가? 입간판은 목재와 스텐실을 활용해 셀프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리적 간판은 우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하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자등록증에 주소 변경과 인터넷상에 노출되는 간판, 바로 네이버 플레이스 등록이다. 사업자와 연동된 스마트스토어가 있다면 함께 변경등록해야 한다. 이것을 최우선으로 그에 맞춰 명함과 전단지(자석 스티커)도 새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 맞췄던 것도 대부분 소진돼서 마침 잘되었다. 궁즉통이라고 디자인 시안도 파워포인트로 그냥 직접 알아서 해결했다. 이제 명함에 주소를 넣을 수 있다.      


넷째, 환풍기는 필수다. 지하에 통유리라서 환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도 셀프 설치 가능하다. 다행히 에어컨은 냉난방기 겸용이고, 이전 임차인이 두고 가는 조건으로 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대로 잘 쓰다가 나갈 때 그냥 두고 나가면 된다. 청소만 한 번 하면 되는데, 정말 쓸 수는 있는지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봐야 할 것 같다. 이 또한 셀프로 속속들이 다 뜯어서 청소가 가능하다. 우리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다섯째, 인터넷, 정수기, CCTV, 싱크대 설치는 일단 보류했다. 정말 필요할지 몇 달 지내보면서 고려해 보기로 한다. 수도 배관과 하수구는 나중에 필요하면 깔려 있는 라인을 살리면 되니까.


여섯째, 문제는 원상복구 공사 후 들어갔을 때 천장이나 바닥, 벽 상태가 제대로 마감이 잘 되어 있을지가 걱정이다. 부디 매끈하고 새하얀 도화지여야 할 텐데. 들어가기 전에 전체 점검을 한 번 거치고 어느 정도는 우리가 보수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 바닥재는 무조건 장판으로! 이미 직접 깔아 본 적도 있다. 페인트칠은 좋아요, 하고 싶어요. 천장조명은 LED로 하고 포인트 조명은 레일 조명으로 간단히 해결! 거기에 블라인드와 시트지까지 하면 최소한 기본사항은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건비! 기본 자재비만 고려하고 나머지는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우리가 직접 몸으로 때우면 된다. 인건비도 셀프다. 이게 제일 크다.


부족하거나 빠진 부분은 진행하면서 채우고 수정하면 된다. 흔히 말하는 인테리어! 이 모든 걸 남한테 맡긴다고 생각하면 사실 가게 창업은 우리에게는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업종이 집수리여서 천만다행이다.


벽 하나를 원상 복구하는 일도 이 정도인데! 장정 둘셋이 이틀을 꼬박 매달려야 하는. 그 공사 안 맡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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