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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Jan 08. 2024

자영업자 명랑 개척기

B03의 비밀

어쩌다 <인프제의 작업실 B03>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해서 여덟 편을 썼고 벌써 아홉 편째 쓰고 있다. 언제 이렇게 썼지? 가끔 매거진 제목을 바꿔볼까도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 이야기해 온 과정을 보면 <자영업자의 극한 생존기>라든지 <자영업자 명랑 개척기>쯤 되는 것 같다. <소소한 집수리 예찬>도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더 직관적이어서 와닿기도 하고. 가게를 얻고 준비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놓는 까닭은 우리에게 더없이 귀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우리처럼 어렵게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거기에만 머무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아직 정말 하고픈 이야기에 다다르지 못했다.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제목을 <인프제의 작업실 B03>이라고 지은 까닭은 나의 정체성을 담으면서도 동시에 내가 진정으로 이르고픈 최종 목적지를 의미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바쁘게 떠밀리듯이 살다가도 어쩌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면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빛나고 있는 북극성이나 <어린 왕자>의 별 B612처럼 이 이름이 내게는 끝까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좌표가 되어주길 바란다. 자영업자로서의 생업을 넘어 이 작고 보잘것없는 공간에서 시작해서 꿈을 꾸고 꿈을 버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가 꿈을 꾸고 꿈에 다가가는 과정을 돕는 공간이 되어도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꿈은 원래 야무진 법이다.   

  

여기서 B03의 비밀은? 앞선 글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말 그대로 지하 3호를 의미한다. 문득 잠수함 이름처럼 지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한 귀퉁이 작업실이 탄생할 수도 있다. 뭔가를 짓는 예술가의 영혼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그 여백을 어떻게 채우고 꾸밀까 상상하는 일이 내게는 정말 설레는 일인 것 같다.     


공사는 무사히 잘 진행되고 있을까?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다. 그 사이 보증금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정말 버라이어티한 연말연시에다가 지난주 취업까지 해서 계획에 조금 변경사항이 생기긴 했지만, 나는 언제나 그렇듯 아무래도 한 가지만 할 팔자는 못 되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자중자애하며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절대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기! 뭐든지 천천히 순리에 맞게 집중하기. 이 모든 걸 무사히 해내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 셋째도 체력이다.


이 중에 절반은 나만의 도화지가 될 것이다!


경량 칸막이가 보통 이렇게 생겼답니다. (남편이 일한 다른 곳 현장사진) 생각보다 참 얇죠? 방음에 신경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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