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역시나 참 간사한 동물이다. 근무 6개월 차에 접어드니 슬슬 꾀가 난다. 일주일에 겨우 이틀뿐인 출근도 괜스레 무거워지고 콩깍지도 한 꺼풀 벗겨지니 이제 제법 일도 사람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평범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일이 없어 놀 때는 그렇게나 일하고 싶다가도 또 웬만큼 열심히 일할 때는 다시 출근하기 싫어지고 쉬고 싶은 이 변덕스러운 아이러니는 노동하는 인간의 숙명인가.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아무리 좋은 관계도 익숙해지면 처음의 그 환희와 감동은 온데간데없이 사그라드는 법이다. 익숙함이란 그런 것이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기대와 환상의 약발이 다하고 마침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에도 여전히 그 마음이 한결같다면 행운이자 축복이다. 아니면 성인군자이거나. 그러나 평범한 우리 월급쟁이들에게는 위기이다. 보통 입사한 후 위기는 3/6/9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나는 바로 그 6개월째가 된 것이다. 이 위기를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묵묵히 성실히 해오던 대로 버티는 길뿐이다. 예의와 감사를 장착하고서. 이 또한 지나간다는 진리를 알고 있기에 버틸 수 있다.혹여라도 마음이 삐져나오지 않도록 스스로 더 삼가고 절제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내가 잠시 흔들렸다는 사실을.쥐도 새도 모르게 나만 알고 지나간다. 또 한 고비를. 내가 터득한최소한이자 최선의 방법이다.
오늘은 우리 팀 선생님과 잠시 가까이 나란히 앉아 업무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 사회복지 쪽 일을 하셨느냐는 질문에 지금 겨우겨우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매일 포기하고 싶다고 내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고 말았다. 엄살이 필살기가 됐다, 아주 그냥. 그런 내게 고맙게도 용기를 주신다. 왠지 잘 어울린다고. 하면 잘하실 것 같다고. 나는 또 금방 쉽게 믿는다. 다시 파워 게이지 UP!!
계절의 여왕 5월에 최근 한동안 나를 휘감았던 우울감의 정체에 명확한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엊그제 제대로 알게 되었다. 바로 스프링 피크 (Spring Peak)라고 한다. 아무리 건강하고 활기차 보이는 사람도 우울의 씨앗은 품고 있기 마련이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두 번쯤은 누구나 겪고 지나갈 법하다.증상을 늘 자주 드러내는 사람은 눈에 띌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돌봄과 챙김을 받는 게 당연시되지만, 평상시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고 잘 지내는 듯 명랑하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일수록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자신이 지치는 줄도 미처 모르고 주변을 챙기기만 하다가 아프거나 망가지기 일쑤다. 이럴 때마다 자신만의 비상연락망이 있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소소한 위기대응법을 마련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여기저기 미리 알려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