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나무 여운 Jun 13. 2024

푸른 꿈을 북돋우는 꿈은 어때요?

자립준비청년에게 디딤돌을

며칠 전에 새로운 꿈이 하나 더 생겼다. 크고 거창한 멀고 먼  하나보다 가깝고 자잘한 꿈 여러 개도 좋다. 이루기 쉽잖아. 행복이 크기보다는 빈도이듯이 꿈도 그러면 뭐 어때? 꿈인데!


무슨 꿈이냐? 바로 아카데미를 만드는 이다. 무슨 아카데미? 낚시하는 법을 전수하는 아카데미!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TV를 보다가 자립준비청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과거에는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인식개선을 위해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 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면 홀로 독립을 하게 되는 청년들을 일컫는다.


물론 자립준비청년들은 정착금도 주어지고 매달 자립수당도 받는다고 한다. 복지기관이나 여러 민간단체, 사회적 기업 등에서 지원과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금전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그들이 정작 정말로 필요한 것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꾸준히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울타리 같은 어른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낙인찍거나 차별하지 않고, 이용하거나 사기 치지 않고 동등한 존재로 진심으로 대해주는 좋은 어른 말이다.


우리도 늘 같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앞이 안 보여 막막하고, 부딪히고 넘어져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이럴 때 좀 가르쳐주고 붙잡아주는 어른이 있었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모든 걸 혼자서 알아서 해결하고 터득할 수밖에 없었다고.


어릴 자전거를 배우듯이 남자라면 면도하는 법과 넥타이 매는 법에서부터 운전하는 법, 여자의 경우라면 초경이 시작할 필요한 속옷과 여성용품을 챙겨주며 눈썹을 다듬는 법에서부터 시작해서 예쁜 향수와 립스틱을 선물해 주며 화장하는 법과 함께 어떤 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구두를 신어야 하는지 등등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술 마시는 법, 좋은 사람 알아보는 법, 장례식장에 가서 절하는 법, 제사 지내는 법,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다가가고 대화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까지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정말 많은 순간에 물어볼 곳이 필요하다. 제대로 가르쳐 줄 어른이 필요하다. 필요했다.

      

그 간절한 마음과 어려움을 겪어봐서 알기에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 물고기를 직접 잡아줄 수는 없겠지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댈 곳 없는 청년들이 스스로 낚시하는 법을 익히거나 자신의 밭을 일궈 아주심기를 할 수 있도록 지지대나 디딤돌 역할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청년이 있다면 혼자 힘으로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은 전수할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워본다. 삶의 길목마다에서 우리가 몸소 터득한 인생의 노하우도 나누어주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일어서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면 충분히 믿고 기댈 수 있도록 밭두둑 위에 흙을 두툼하게 얹고 무너지지 않도록 토닥토닥 단단하게 다져 주는 농부의 손길 같은 것 말이다.


지역자활센터도 있고 자립준비청년 출신의 젊은 대표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도 많이 보인다. 후원금을 보태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민관이 서로 협력해서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갓 꽃 피우기 시작한 푸른 꿈이 좌절되어 꺾이지 않도록 북돋워주는 한 사람의 어른이 되고 싶다. 아, 두 사람이구나.


내가 워낙 못 받아봐서 그런가 왜 이렇게 주고 싶은 마음만 쳐별쳐발인지 모르겠다. 당장에 조급히 여기지 않고 꿈은 좀 길게 꾸어도 좋지 않겠는가?


 p.s. 홀로인 청년과 홀로인 어르신의 결연 맺기는 어떨까?


우주의 알고리즘인가?집수리관련 교육 프로그램!




"산책, 같이 가실래요?"


점심을 먹고 우리 팀 쌤 두 분과 나란히 뒤편 트랙을 걸으며 나는 작은 용기를 내어 살포시 운을 떼어 본다.


"쌤, 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두 분께만은 그래도 소식 전하고 싶어서요. 저 책 냈어요!"


"우와! 우와! 우와! 우---와! 우------와!"


이 좋은 일을 어떻게 축하해드려야 하느냐며 부끄러운 나의 고백을 진심으로 기쁘게 받아주는 두 사람 참 어여쁘시다. 나는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서도 잠시 가볍게 언급하며 지금의 이곳에서의 일도 공부도 선생님들과의 시간도 참 소중하다고 말씀드렸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쌤 모습이 작가랑 잘 어울리세요."  


최고의 칭찬을 들은 것 같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쥬-!





경기도 언제나돌봄 긴급돌봄 서비스

https://naver.me/GsjssnXu




저에겐 아직 이곳에 출근할 수 있는 28주의 시간이 더 남아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겨울까지 완주하기 위해서 여름 동안에는 <친절관찰 기록일지> 연재는 조금 쉬어가려고 합니다. 기다려 주실 거죠?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명자은 폭력에 지지 않는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7809313






이전 20화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첫 번째 요건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