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기 코끼리의 뒷다리를 사슬로 말뚝에 묶어놓는다. 아기 코끼리는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을 쳐봐도 너무 어리고 힘이 약해서 결국 포기하고 주저앉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사슬에 매여 길들여진 코끼리는 다 자라서 몸집도 커지고 힘도 더없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그 말뚝에서 벗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스스로 그 굴레에 묶여 살아간다.
벗어날 수 있다고, 벗어나야 한다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셀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맨발로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숨고 숨었다. 그것도 잠시일 뿐 다시 제자리, 원점이다. 그 무엇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헤아릴 수 없는 그 수많은 날들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또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날들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는다.
꿈에서도 여전히 쫓기고 도망치고 외면당하며 깨어난다. 벗어났으나 결코 벗어나지지 않는다. 수천 번 수만 번 끊어내고 끊어내도 다시 내 발목에 채워지는, 기억이 있는 한 끊어내지지 않는 족쇄.성을 갈고 피를 갈면 끊어내 질까?
들판에서 맨발로 맨몸으로 홀로 고독사를 할지언정 그 소굴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폭력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심리적 분리는 평생에 걸쳐 스스로 해내야 할 몫이라지만, 당장에 물리적 분리만이라도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부디 꼭 가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