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유독 계란을 좋아하고 계란을 이용한 요리 종류도 많다. 계란이라면 끔찍할 정도로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은 계란도 야무지고 고급지게 만들었는데 일본 계란은 고소하고 풍부한 맛, 선명한 색상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아는 계란 노른자는 노란색이지만 일본 계란 노른자는 빨간색이나 오렌지색이다.
왜 그럴까? 일본 계란이 빨간색인 이유는 계란을 낳는 닭의 '먹이' 때문이다. 계란은 식탁 물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라 단가를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우리나라 닭농장에서는 수입산 닭사료를 사용한다(일본에서도 사료로 키우는 저렴한 계란들이 있다.). 단가를 높여 받기 위해 고급 계란을 만드는 일본 농장에서는 닭한테 녹차, 콩, 수수, 보리, 오렌지 껍질, 비트 같은 빨간색 성분이 포함된 사료를 먹여 계란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준다. 우리가 노란색 카레를 먹으면 혓바닥이 노랗게 되는 것처럼 빨간색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계란은 빨간색이 된다.
일본의 이런 관행은 에도 시대(1603-1868)에 농부들이 닭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오렌지 껍질 조각을 먹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유행됐다. 빨간색 노른자는 암탉들이 먹는 사료가 카로티노이드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인데 카로티노이드는 과일과 채소(예: 당근, 피망)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상을 보이는 항산화제다.
카로티노이드는 눈을 좋게 만들고 보호하는 비타민 A의 전구체로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계통의 과일과 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물 색소다. 알파-카로틴(Alpha-carotene), 베타-카로틴(Beta-carotene), 루테인(Lutein), 라이코펜(Lycopene), 크립토잔틴(Cryptoxanthin), 지아잔틴(Zeaxanthin) 같이 우리가 건강하다고 들어본 기능성 성분들이 모두 카로티노이드 계열에 속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카로티노이드의 종류만 해도 600여 종이며, 감귤류에만 해도 최소 20여 가지 카로티노이드가 들어있다.
일본 계란 노른자는 빨간색에 가깝고, 흰자는 주황색, 오렌지색에 가깝다. 주황색 계란 흰자는 일반 계란 흰자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D, 칼슘, 철분도 풍부하다. 농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등 푸른 생선 정어리를 곱게 갈아낸 어분가루와 밀 배아나 파프리카를 섞인 사료를 먹여 비타민E 성분이 월등히 높게 만들기도 한다.
일본의 계란이 다른 나라의 계란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 암탉은 일반적으로 노른자가 더 진한 색을 띠게 하는 녹차가 포함된 사료를 먹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 차이점은 일본의 암탉은 일반적으로 다닥다닥 붙은 공장식 우리에서 살지 않고 야외 방목을 통해 키워지며 닭장은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더운 여름날에 우리는 겨우 호스로 물을 뿌려주는 정도지만 일본은 닭장에 에어컨까지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없는 암탉들이 생산하는 계란의 품질은 좋을 수밖에 없다. 생산된 계란은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하고 두꺼운 달걀 껍데기와, 흰자, 노른자가 되고 맛 또한 일반 계란보다 짠맛이 적고 고소하며 계란 특유의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비싼 게 꼭 최고 품질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본에서 가장 비싼 계란은 카가야키 계란(Kagayaki Egg)이다. 대량 사육을 위해 생산은 일본에서 하지 않고 날씨가 온화하고 햇볕이 좋고 넓은 땅의 캘리포니아 농업 센트럴 밸리에 있는 유기농 방목 계란 농장에서 한다.
암탉의 나이, 계절에 따라서 노른자 색은 다르다.
달걀노른자의 진한 색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노른자의 색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료(먹이)와 환경도 영향을 주지만 암탉의 나이에 따라서도 노른자의 색은 다르다. 어린 암탉은 더 밝은 노른자색의 알을 낳고 늙은 암탉은 더 진한 노른자색의 알을 낳는다. 게다가 계절도 노른자의 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 낳는 계란 노른자의 색은 여름철보다 더 진하다.
사람들은 왜 더 어두운 달걀노른자를 좋아할까? 대부분의 소비자는 노른자 색이 진할수록 더 영양가가 높다고 생각한다. 맞다. 노른자 색이 더 진할수록 풍미는 더 풍부하고 탱탱해서 노른자가 터지지 않는다. 그리고 색이 더 진하고 색소도 많아 일본 라멘이나 타마고야키 같은 요리에 황금빛 노란색 천연 색감을 입혀준다. 일본 계란 마케팅에서는 터지지 않는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집거나 손으로 집는 포인트를 살려 사용한다.
일본 일반계란은 1개당 15~20엔(200원) 정도 하며, 요도(Yodo) 계란은 1개당 55엔(600원),
아마미(Amami) 계란은 1개당 90엔(900원),
다이오(Tokusen Taiyo) 계란, 산시로(Sanshiro) 계란,
코다와이(Kodawari) 계란은 1개당 105엔(1100원),
아카다마(Aka dama) 계란은 1개당 114엔(1200원),
인카노 시호(Inka no Shiho) 계란은 158엔(1600원),
신카란 시만토(Shinkaran Shimanto) 계란은 315엔(3200원),
사이코큐(Saikokyuu) 테루(Teru) 계란은 583엔(6000원)이다.
가장 비싼 카가야키(Kagayaki) 계란은 1개당 16,000원이다.
터지지 않는다는 카가야키 계란 노른
모든 생명체는 후대를 번식시키고자 하는 생식과 번식능력이 DNA에 들어있다.
후대를 낳고 키우기 위한 환경이 열악하거나 충분하지 않으면 번식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상황에서 '왜 자식을 낳지 않느냐?'는 말은 의미 없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후대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면 낳지 말라고 해도 낳아서 키운다.
스트레스 없이 먹을 것이 충분하고 쉴 곳이 아늑한 환경에서 알을 낳는 암탉만큼도
못한 우리 현실은 그저 암울할 뿐이다.
암울함을 해소시켜 주는 진짜버터막걸리는
암탉이 내어준 노른자와 젖소가 내어준 우유와 버터 그리고햇살과 바람, 깨끗한 물이 만들어준 석탄주로 완성했다.감사하다. 모두 다 그대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