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 인내력, 기억력
높은 시청률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싱글남녀들의 훈훈하고 정열적인 직진에 같이 설레기도 하고 때론 탄식도 하며
TV 속 남녀의 감정 라인에 자신을 넣어보는 건 성별이나 나이와는 관계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을 설레게 하며 '사랑의 작대기'를 유행시킨 '사랑의 스튜디오'부터
하트 시그널, 환승 연애, 체인지 데이즈, 로맨스 패키지, 나는 SOLO,
프로그램 구성은 다들 조금씩 다르지만 미혼 일반 남녀들이 짝을 찾는 주제는 같았고
시청자들은 그 과정을 각자의 경험 지수를 기반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과거에 공중파에서 '짝'이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같이 도시락을 먹으며 데이트 신청권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하기도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여성 출연자의 '자살'로 프로그램은 종료됐다.
소비되는 출연자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을 보면서 늘 조마조마하다.
같이 출연한 상대가
이성의 전부도 아니고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선택하고 선택되는 과정에서 그들은 상처를 받는다.
그들은 상처를 받는다.
출연자들끼리 주고받는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출연자의 과거나 직업, 사생활을 깨내고 폄하하고 비난하고 또 악플을 다는
일부 시청자로부터 큰 상처를 받는다.
TV 출연을 직업으로 삼는 방송인조차 시청자들의 반복되는 비난과 오해, 질투 섞인
행위들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많은 사례를 우린 이미 알고 있다.
TV에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받게 되는 비난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편견에서 얼마나 쿨한 척 할 수 있을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에는 '돌싱(돌아온 싱글)'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약 20만 쌍이 결혼을 했고, 10만 쌍이 이혼을 했다.
한국의 이혼율은 OECD 38개국 중 9번째로 높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혼'을 부부갈등의 선택지로 선택한다는 생각도 넓어졌다.
사랑을 찾겠다는 것을 막을 사람은 없다.
간절함에 사랑을 찾아 깊은 상처를 공개하며 TV 출연까지 감내한 용기 있는 출연자들의
뒷조사를 하고 과거 이혼 사유를 파내고 퍼트리고 험담을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20대 후반부터 30~40대의 출연자들은 각자 다양한 사연과 상처를 가지고
때론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때론 특정한 상황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들에겐 생계가 달린 직업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아이도 있다.
그들은 '돌싱'으로 돌아온 유쾌한 성격의 '돌싱포맨' 출연자들이 아니며
보호막이 되어줄 소속사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내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자 하는 용기를 응원한다는 말보다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시간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출연자 중에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본인이 귀책사유가 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로그램의 포맷 또한 출연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
짝짓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거'라는 자극적인 주제로 은밀한 그들의 사랑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고 '카메라가 없는 방', '스킨십의 수위'에 더 관심이 가도록
만드는 제작팀은 현재 시청률에 집착할게 아니라 프로그램 종료 후 출연한 일반인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 배려하는 제작을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 극작가인 아르망 살라크루(Armand Camille Salacrou)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인간은 판단력이 부족해 결혼하고,
인내력이 부족해 이혼하고,
기억력이 부족해 재혼한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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