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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Apr 17. 2022

평범한 사람의 기도문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낮은 천장을 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엔 무기력감이 짙은 수증기를 만들어 결국 방 안에 비를 내립니다. 약했던 빗줄기는 순식간에 굵고 촘촘해져, 무수히 날아오르는 흰나비를 만들면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온몸을 때리고 적시며 흐르는 빗방울에 깊이 숨 쉬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자본주의와 미디어는 자꾸 가만히 있는 내 삶에 구덩이를 파서 없는 곳에 없음을 드러내고, 너를 두고 모두가 찾으러 떠난 저 보물을 너도 어서 찾으러 떠나라, 떠나라- 합니다. 어디에도 없는 것들을 향한 지극한 부러움이 저의 등을 떠밉니다.


타인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부러움을 원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마치 제 꼬리를 문 뱀과 같습니다. 제 뱃속이 불러올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먹고 살아가는 자들에게 기꺼이 먹이를 던져 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그들은, 속은 텅- 빈 채로 무럭무럭 커다랗게 자라납니다.


무엇이든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면 이내 모래처럼 빠져나가 사라지고 마는 이 세상에서, 수많은 타인의 욕망과 소음들 사이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스스로 목적을 만들며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고독하고 힘겨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날에는 기도를 합니다.




용기를 주세요.


삶의 특별함과 그만큼의 평범함을 받아들일 용기를,

살면서 꼭 해야 하는 것은 없음을 알고

타인의 욕망에 끌려다니길 거부할 용기를,

제 자신의 살을 물어뜯는 걸 멈출 용기를,

백만 명에겐 백만 명의 삶이 있음을 상상할 용기를,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인내할 용기를,

지나간 것들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를,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은 더 상냥해질 용기를,

나 자신에게도 그만큼은 상냥해질 용기를,

어떤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세상에서

하루를 잘 살아냈음에 자신을 다독이며

내일도 눈을 뜨고 한 번만 더 살아볼 용기를,

-주소서.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습니다. 어떤 것은 그냥 모르면서 믿는 수밖에 없지요. 저는 아직 신의 이름을 찾지 못하였으나, 저에게서 떠난 기도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제게 다시 찾아올 것을 믿습니다.

 

소설책의  구절  때의 노래 가사 스쳐 지나가는  한마디 길고양이의  꽃봉오리에 앉은 꿀벌 따뜻한 햇볕 내리치는 천둥번개 누군가의 미소 안녕, 하는 인사 나의 질문 소리쳐도 대꾸하지 않는 기…


그렇게 찾아  용기들을 알아볼  있게 하소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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