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낮은 천장을 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엔 무기력감이 짙은 수증기를 만들어 결국 방 안에 비를 내립니다. 약했던 빗줄기는 순식간에 굵고 촘촘해져, 무수히 날아오르는 흰나비를 만들면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온몸을 때리고 적시며 흐르는 빗방울에 깊이 숨 쉬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자본주의와 미디어는 자꾸 가만히 있는 내 삶에 구덩이를 파서 없는 곳에 없음을 드러내고, 너를 두고 모두가 찾으러 떠난 저 보물을 너도 어서 찾으러 떠나라, 떠나라- 합니다. 어디에도 없는 것들을 향한 지극한 부러움이 저의 등을 떠밉니다.
타인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부러움을 원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마치 제 꼬리를 문 뱀과 같습니다. 제 뱃속이 불러올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먹고 살아가는 자들에게 기꺼이 먹이를 던져 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그들은, 속은 텅- 빈 채로 무럭무럭 커다랗게 자라납니다.
무엇이든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면 이내 모래처럼 빠져나가 사라지고 마는 이 세상에서, 수많은 타인의 욕망과 소음들 사이에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스스로 목적을 만들며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고독하고 힘겨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날에는 기도를 합니다.
용기를 주세요.
삶의 특별함과 그만큼의 평범함을 받아들일 용기를,
살면서 꼭 해야 하는 것은 없음을 알고
타인의 욕망에 끌려다니길 거부할 용기를,
제 자신의 살을 물어뜯는 걸 멈출 용기를,
백만 명에겐 백만 명의 삶이 있음을 상상할 용기를,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인내할 용기를,
지나간 것들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를,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은 더 상냥해질 용기를,
나 자신에게도 그만큼은 상냥해질 용기를,
어떤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세상에서
하루를 잘 살아냈음에 자신을 다독이며
내일도 눈을 뜨고 한 번만 더 살아볼 용기를,
-주소서.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습니다. 어떤 것은 그냥 모르면서 믿는 수밖에 없지요. 저는 아직 신의 이름을 찾지 못하였으나, 저에게서 떠난 기도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제게 다시 찾아올 것을 믿습니다.
소설책의 한 구절 그 때의 노래 가사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 길고양이의 눈 꽃봉오리에 앉은 꿀벌 따뜻한 햇볕 내리치는 천둥번개 누군가의 미소 안녕, 하는 인사 나의 질문 소리쳐도 대꾸하지 않는 공기…
그렇게 찾아 온 용기들을 알아볼 수 있게 하소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