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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Sep 08. 2021

무사한 살인의 밤

이름모를 개들이 자꾸 검은 꽃을 물어와

나는 너와 밤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어서 너를 따라가야 하는데


사람을 죽이지 마

상상 속에서

사람을 밀지 마

절벽 아래로

나는 너를 쫓아 가야하는데


사람을 찌르지 마

자꾸 머리 속에서

누구를 죽이지 마

그러는 저는 매일마다 누구를 죽이면서

매일마다 누구를 찌르면서


나를 피해 달아나도

너는 없고

끝이 정해지지 않은 꿈 속에서

자꾸만 같은 개를 발견하는 일

매일마다 다른 이빨자국으로 물리고 마는


너를 찌르지 마

자꾸 머리 속에서

너를 죽이지 마

그렇게 말해주는 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나의 슬픔이 보이나요

전혀 다른 꿈 속에서도

익숙한 검은 꽃을 받는 일

그게 매일마다 누구의 피로 적셔진다면

믿을 수 있나요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매일마다 같은 꿈을 꿔

검은 꽃

이빨자국

나는 내가 아닌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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