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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May 04. 2021

오기가 아닌

우리는 언제나 푸르르자

지금처럼만 푸르르자

서늘한 여름을 닦아내면서

그렇게 다짐했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마

그런 건 위험해,

너를 아프게 해

너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역시나

너의 하나하나를 사랑했다

인중에 올라탄 솜털 같은 것들

작지만 바람에 날리지는 않았지


나는 겨우 안심했다





아무래도 너의 걱정이 맞았던 것처럼

온몸에 멍이 자랐다

걱정하며 이마를 맞대는 너를 사랑했고

어제보다 더 작은 것들까지 아끼느라

나을 틈이 없었다





더러운 아름다움이라고

너는 사랑을 그렇게 불렀다

이렇게 아프기만 할 거라면 사랑은 버려야 해


그날 밤,

나는 네가 던진 것을 주워와

구깃해진 면면을 밤새 다림질했다

우리의 모습은 누구의 눈에서 아름다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고

나는 어떤 마음도 빼앗기지 않으려 애쓰다

잠에 들었다


꿈은 없었다

이 잠에서 깨어나면

뻔한 사랑을 하자

너는 답하듯 내 손을 잡았고

아름다움을 영영 잃는대도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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