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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예지 Apr 05. 2024

이 날을 기다렸다

미래를 대하는 마음


어김없이 디데이(d-day)를 세기 시작했다. 제42회 서울특별시장기 펜싱선수권대회가 드디어 내일 열린다.


이번에는 디데이 카운트 종이를 실내자전거 손잡이 부분에 붙여두었다. 온 가족이 오고 가며 봤다.


“엄마, 이제 일곱 밤만 자면 돼!”


고대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 나도 덩달아 설렘, 긴장, 기대를 오고갔다가 다시금 평정심 찾기를 반복했다.







대회 일주일 전 토요일 오후, 참가자 명단이 떴다.


“오!! 호제야, 참가자 명단 나왔어!”

“보자! 보자!!!”


노트북을 폈다. 몇 번의 클릭을 하고 파일을 다운로드했다. 1-2학년 에페 페이지에 멈췄다. 표가 꽤나 길다. 29명이 참가한다. 한 명씩 읽어나갔다.


그러다 모 펜싱클럽 이름에서 호제가 당황하듯 얘기했다.


“엇, 엄마, ㅇㅇㅇ 선수가 하는 클럽 아니야? “

”응, 맞아. 이번에 처음 나오네.“


호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두 팔을 오르락 내리며, 당황과 긴장감을 표현했다.


“허어억!! 어떻게 해!! ㅇㅇㅇ 선수 잘하잖아.“


호제는 해당 선수 영상을 보며, 따라 연습하곤 했다.


“응? 호제야, 선생님이 자기 경기를 잘 뛴다고, 제자가 경기를 잘 뛰는 건 아니야. 내가 경기하는 거랑 가르치는 거랑은 또 달라. 그리고 호제는 ㅇㅇㅇ 선수랑 붙는 게 아니잖아.


호제가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려봐.

꾸준히 쌓았지?”


호제는 “엇, 그러네!” 라며 다시 식탁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나의 의견에 풀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데 벌써 설득이 되다니.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호제 스스로 마음먹고 쏟았던,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에 자신 있었기 때문이겠거니라고 나대로 정리했다.






마침 펜싱놀이를 하던 때였다. 플라스틱 펜싱칼이 거실에 놓여 있었다. 칼을 들고 tv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펜싱 동작을 연습했다. 그러다가 떨린다고 외치며,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갔다.


”엄마, 나 떨려! 떨려서 쉬 마려워졌어. “


‘쉬이이이이이이이’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떨린다면서 명단을 볼 때,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살짝 미소를 띠었다. 두려움보다는 설렘, 기대, 긍정의 긴장이 뿜어졌다.






주말이 지나고, 대회가 있는 주가 시작했다. 마침 호제는 학교에서 어른이 되었을 때의 나에 관한 얘기를 하고 왔다.


월요일에는 내가 되고 싶은 것에 “펜싱선수, 축구선수”를, 내가 갖고 싶은 것은 “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펜싱”을 적어왔다.



어른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좋아져, “마음이 좋았다”를 적었다고 한다.


“돈”으로는 기부도 하고, 펜싱 장비도 사고, 펜싱 대회도 나가고, 펜싱 레슨도 받고, 본인 집도 사고, 저금도 하려고 적었단다.


“그래, 호제야 내가 하고 싶은 거하려면, 자유로워지려면 돈은 있어야지.“라고 나는 얘기했다.


다음 날은 텔레비전 안에 있는 펜싱선수로서의 자기를 그려왔다. 펜싱 생각을 꾸준히 한 호제다.






매일 아침, 대회가 열리는 토요일을 기다렸다.


“엄마, 나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좋겠어!”


어제는 나와 Y에게 토요일은 아주 늦은 시간이 집에 올 거랬다.


“나는 결승전에 갈 거니까 우리 아주 늦게 집에 올 거야.”


시간표 상으로 초등 1-2학년 에페 4강과 결승전은 저녁 7시에 열린다.






호제는 지금 어느 단계일까?

노력의 결실은 어디까지 맺을까?

운은 어디까지 미칠까?


결과를 알 수 없어 더욱 흥미진진한 내일. 미래를 고대하며, 노력하는 이와 함께 산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다.


Hey, Hoje!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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