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축구선수 손흥민 아버님이 두 번째 책을 냈다. 첫 번째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이 출판되자마자 Y가 집에 사두었다. Y는 이런 아버지가 본인은 될 수 있을까 싶어, 못될 것 같아 읽다가 말았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싶어 그 당시 쓱 읽어봤다.
비가 오더라도, 명절이더라도 기본기 연습을 매일 했다는 대목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두 번째 책 출판기념회 후, 관련해 인스타그램에는 수많은 카드뉴스와 릴스가 올라왔다.
그중 부모는 자식이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 관찰하고 물어보고, 앞바라지가 아닌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에게 꽂혔다.
생각해 보니 호제에게 뭘 할 때 즐거운지 물은 적이 없었다. 힘든 몸풀기를 하면서도 즐거워하는 호제를 보며, ‘호제가 즐거워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관찰만 했을 뿐, 호제에게 묻진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호제는 뭐 할 때 가장 즐거워?”
망설임 없이 호제는 바로 답했다.
”펜싱!!! 펜싱할 때 즐거워.”
머릿속으로 ‘난 엄마랑 아빠랑 놀 때가 제일 즐거워’라고 말하면, 그다음 질문을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5-7세 때 노는 게 제일 좋아를 자주 얘기했던 아이라 이번에도 “노는 게 제일 좋아“라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잠깐의 고민이 무색하게 간명한 답을 빠르고 강하게 입으로 내뱉었다.
“펜싱!!!”
호제에게 질문한 이유를 말했다.
“이 질문을 왜 했냐면,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샘이 손흥민에게 어릴 때부터 계속 물었대. 어떤 거 할 때 즐겁냐고. 아이 즐거워하는 걸 부모가 뒤에서 도와주려고 그랬대. 그래야 자식이 행복하게 살지 않겠냐고 하더라. 앞으로 종종 물어볼게. 뭐 할 때가 즐거운지.”
호제는 다시 말했다.
“응. 난 펜싱할 때 즐거워.“
레슨도 즐겁고, 연습경기도, 승리도, 패배도 모두 재밌다고 했다.
펜싱 자체가 좋은지, 펜싱클럽이 좋은지, 몸을 움직이는 게 좋은지, 이 모든 것인지, 무엇인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2024년 5월 초의 호제는 펜싱할 때 제일 즐겁다고 했다.
* 즐겁다: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
* 기쁘다: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