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으은 새앵 니이임!
안 올라갈 것 같아요.“
덤벨 벤치 프레스를 하던 중이었다. 덤벨 벤치 프레스는 종아리는 세운 채 길쭉한 벤치에 누워 두 팔을 하늘로 뻗어내는 자세를 지칭한다. 이날 4kg짜리 덤벨을 양손에 들고 올렸다.
1번째 세트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2번째 세트의 10회를 넘어가 11회를 가던 무렵, 나는 선생님을 애타게 불렀다. 가슴과 어깨 쪽 근육이 딱딱해지며 더 이상 덤벨을 위로 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선생님이 나타나 덤벨을 보조해 주셨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15회를 마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무언가를 말씀하려 하셨다. 알쏭달쏭.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이 안 왔다.
“제가 덤벨에 손을 대기만 했어요.“
- “오잉?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런데 세 번 정도 스스로 올리셨어요.
올릴 힘이 있다는 거죠.“
놀랐다. 나에게 들어 올릴 힘이 남아 있었다니!
- “아 그런가요? 안 올라갈 것 같았는데.“
”남은 힘을 있는 힘! 껏! 밀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래요. 한 번 해보세요.“
- 쥐어짜라는 거죠?
”네, 힘을, 있는 힘껏 쥐어짜보세요.
걸레 짜듯이 쫘아아악.“
이라며 젖은 수건을 두 손으로 잡고 힘껏 쥐어짜는 동작을 취했다. 순식간에 팔뚝 근육이 붉으락푸르락, 울퉁불퉁해졌다.
- 네. 선생님 안 부르겠습니다!!!
나에게 남은 힘이 있었다니. 절대 도움을 구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세 번째 세트를 시작했다.
마침내!
15회를 혼자서 해냈다!!!!!!!
12회부터 13회, 14회, 15회로 갈수록 두 번째 세트와 동일하게 가슴, 어깨, 팔 근육이 굳어 갔다. 그래도 짜냈다. 온몸으로 짜내고, 또 짜냈다.
15회를 끝내고 일어났다. 어질어질했다. 어깨, 가슴에는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선생님은 말했다.
“이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아셨을 거예요.”
선생님을 부르며, 말했던 첫 문장을 곱씹었다.
“안 올라갈 것 같아요.“
이 말을 톺아보면, 내가 지레짐작해 겁을 먹고, 안 될 것 같다고 중단해 버린 격이다.
일단 해보면 되는 일이었다.
4kg 덤벨에 깔린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15회를 못 채운다고 내가 운동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실패인 것도 아니다.
하다 하다 그래도 안 되어 멈춰진 거라면 그저 받아들이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또 해보면 된다.
나는 주로 생각을 쥐어짜고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이번 일로 나는 생각을 얼마나 쥐어짰나 돌이켜 보았다. 생각을 파고 또 파고, 쥐어짜더라도 생각을 언어로, 행동으로 이동시킨 정도, 딱 그만큼만 내 것이었다.
내가 쥐어짠 만큼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계였고, 언어로 표현하고 행동한 만큼이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임계점이었다.
몸을 쥐어짜본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어디가 바닥인지, 벽인지 몰랐다. 지레 겁먹어 멈추지 않고, 끝까지 해봐야지. 힘들어 도저히 못할 것 같은 횟수만큼이 근육이 큰다고 이제껏 뵈었던 선생님들이 강조했다. 딱 그만큼. 쥐어짠 그만큼만.
아들에게 얘기하는, 끝까지 해봐, 물고 뜯고 끝까지 해봐는 결국 나에게 제일 먼저 했어야 하는 말이었다.
(아, 진정 이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건 없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