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연재 Apr 23. 2023

오색빛깔 라틴, 과테말라 (상)

두 달간의 중미 여행 (3)

마야문명과 함께 오색빛깔 라틴을
흠뻑 적셔놓은 과테말라의
음식, 치안, 아티틀란 호수, 그리고 안티구아








INTRO


과테말라에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별로 특별하진 않았다. 생소한 곳이라 궁금했고,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넘어가기 쉬울 것 같아서. 과테말라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가다 보니,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가 아닌 '꼭 가야겠다!'로 마음이 바뀌었다. 처음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화산 트래킹'이었다.


산을 오르거나 물속에 들어가는 등 몸으로 자연을 직접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1박 2일 동안 화산을 트래킹하고 활화산의 분화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휴화산에 올라가서 활화산을 보는 것이라 위험하진 않다.)


지금도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 꼭 다시 가고 싶은 곳 1순위를 꼽는다면 주저 없이 과테말라 화산 트래킹을 꼽는다.


그만큼 신선했고, 감동이었고, 임팩트가 강했고, 자연을 보고 울컥했던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화산 트래킹 외에도 계단층의 푸른빛 호수 셰묵 참페이, 옛 과테말라 수도였던 안티구아, 아티틀란 호수를 둘러싼 마을들 등 과테말라 역시 멕시코처럼 어디 한 곳 좋지 않은 곳이 없었다.


세계여행 중 열흘간의 과테말라 여행기,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멕시코에서 국경 넘기


멕시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에서 La Mesilla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로 넘어왔다. 이 국경을 넘을 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경을 넘을 때 뒷돈을 대놓고 요구한다는 말을 익히 들어, 당하지 않기 위해서 유럽인 여행자들과 단단히 모의를 했지만, 결국 다 같이 뜯기고 말았다.


나름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사관에 전화한다고 협박까지 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정말 삥을 뜯은 건지, 아니면 정당한 출국세를 요구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큰돈은 아니었지만, 아직도 아리송하다.

멕시코 출국 검문소에서 패배(?)를 맛보고, 씁쓸하게 과테말라 입국 검문소로 넘어갔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스페인에서 온 한 아이가 말했다.


과테말라 입국할 때도 삥 뜯는대.
우리 이건 절대 뜯기지 말자.
입국 때 안 내고 출국 때 낼 거라고 말하면 된대.


그리고 입국심사를 받는데, 진짜였다. 이들은 멕시코보다는 스케일이 작았다. 15 케찰 (약 2500원)을 내라고 했고, 나는 그 아이가 알려준 대로 말했다.


“지금 말고 나중에 출국할 때 낼게.”


그러자 그들은 오케이 하고 보내줬다. 결론적으로 이 돈은 출국할 때도 내지 않았고, 낼 필요도 없는 돈이었다. 정말로 자기들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버스로 국경을 넘어본 적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국경에 이렇게 잡상인들과 잡다한 상점들이 바글바글한 광경은 처음 봤다. 정말로 ‘웰컴 투 센트럴 아메리카!’ 하는 느낌이었다.


복잡 다난했던 멕시코-과테말라 국경


국경을 지나고 바람을 맞으며 산속 도로를 타는데, 방금 전 국경에서의 찝찝함은 어느 순간 바람에 날아가고,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깊은 산속 어딘가부터 불어왔을 라틴의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예쁜 마을로 둘러싸인 아티틀란 호수
파나하첼 & 산 페드로 라 라구나


과테말라에 들어온 후 아티틀란 호수까지 가는 길은 정말 꼬불꼬불하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제발 졸지 않으시길 기도한다. 그분의 컨디션에 나의 목숨줄이 달려있다. 과속방지턱도 엄청 많아서 잠을 편하게 잘 수가 없다.


멀미가 날 법도 한데, 저 멀리 보이는 산 풍경에 흠뻑 빠져서인지 신기하게 멀미는 나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 보면 마을 비슷한 게 나온다. 아티틀란 호수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파나하첼 맞은편 호수에 있는 '산 페드로 라 라구나'에 가본다. 이곳은 정말 특이하게, 비탈길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경사가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 덕분에 마을 꼭대기로 올라가면, 아티틀란 호수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티틀란 호수를 따라 여러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며, 점점 넓어지는 시야에 아티틀란 호수의 전경을 담아본다.




중미와 남미의 매력이 가득한
과테말라 음식


과테말라의 음식은 멕시코 음식이랑 비슷한데, 약간 더 남미스러운 느낌이 난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식이 많아서, 중미와 남미 음식의 중간치를 경험하기에 아주 좋다.


우선 내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타말(Tamale)이다. 타말은 돼지기름에 익힌 옥수수 반죽과 고추를 넣은 다진 고기를 잎에 싸서 찐 음식이다. 미국과 멕시코에서도 맛있게 먹었던 음식인데, 신기하게도 브리또처럼 나라별로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타말은 치즈와 소스와 고기가 잔뜩 곁들여졌다면, 멕시코의 타말은 옥수수 잎에 감싸져 있고 옥수수 향이 더 강하게 난다. 과테말라의 타말은 약간의 칠리소스 같은 게 발라져 있다. 결론은 셋 다 맛있다. (사실 난 어떤 음식이든 기름지고 짠 미국 버전을 가장 좋아하긴 한다.)


맛있는 타말



시장 안에 있는 로컬 식당에서 닭 요리와 닭이 그려진 맥주를 먹은 적이 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단숨에 흡입했다. 영어가 아예 안 통해서 주문이 힘들었지만,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다. 밀가루 반죽에 이렇게 싸 먹는 음식이다. 살사 소스는 거의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과테말라의 맥도널드 역시 이 나라의 음식문화를 잘 반영한 메뉴들이 많다. 특히 Pastel de Elote (옥수수 케이크)는 내가 정말 좋아해서 여러 번 먹었던 메뉴이다. 포슬포슬하고 쫀쫀하며 옥수수 향이 가득해,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Mole(몰레) 맥모닝 역시 과테말라에서 잊을 수 없는 메뉴 중 하나이다. 몰레는 다크초콜릿과 칠리, 각종 소스를 배합해 만든 중남미의 소스이다. 호불호가 갈리는데, 나는 호!



이 두꺼운 빵에 치즈, 소스, 닭고기 등을 싸 먹는 음식은 과테말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인데, 나는 한 번도 메뉴판을 보고 주문해 본 적이 없어서 아직까지 이름을 모른다. 정말 리얼 과테말라 현지식이다. 너무 맛있어서 이름을 정말로 알고 싶다. 아마 한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겠지. 이것 역시 밥과 고기, 치즈, 소스를 다 같이 두툼한 밀가루 반죽 위에 싸 먹는 음식이다. 멕시코의 타코랑은 또 다른 매력이다. 더 진한 느낌이랄까?



과테말라를 떠나기 직전 먹었던 이 음식 역시나 생각만 하면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튀긴 빵 위에 각종 소스를 얹어 먹는 음식인데, 역시나 이름은 모른다. 그냥 이거 주세요 하는 방식으로 주문했기 때문이다.




치안


과테말라에서는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도 가보고 싶다고 하자, 미국인인 안티구아 호스텔의 직원 언니가 말했다.


나도 과테말라 시티는 혼자 안 가! 네가 아무리 용감해도 그건 너무 위험해!


그래서 참았다.

그만큼 과테말라 시티는 치안이 안 좋고, 강도도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간 지역들은 아주 안전한 느낌이었다.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밤에도 혼자 많이 돌아다녔.. 다.



안티구아


과테말라의 수도는 원래 안티구아였지만, 지진으로 안티구아가 파괴된 후 과테말라시티로 수도가 옮겨졌다. 지금의 안티구아는 그 후에 복원된 도시이다. 스페인에 의해 건설된 도시로, 한때는 중미의 예술 학문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만큼 멋진 건물과 유산이 많다.


외국인을 위한 스페인어 학원도 매우 많다. 그 때문에 중남미 여행을 이곳에서 시작하며 스페인어를 배우는 여행자들이 많다. 알록달록한 안티구아의 길거리는, 멕시코의 바야돌리드와 매우 비슷했다.



안티구아의 커피는 화산의 경사면에서 잦은 비를 맞고 태양을 흠뻑 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풍미가 좋기로 유명하다.


나는 카페에 가서 그 유명한 안티구아 커피를 마시며, 한국에 보낼 엽서를 썼다. 조용하게 혼자 앉아 받을 사람이 좋아할 걸 생각하며 엽서에 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는 일은, 세계 어디에서 하든 참 힐링이 된다.



이전 12화 천국 맞죠? 멕시코 바깔라르 & 산 크리스토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