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태국으로 워케이션을 갈 때는 회사에 말하지 않고 그냥 갔다. 하지만 두 번째 갈 때는 내 마음 편하고자 회사에 말하고 갔다. 프리랜서가 아닌 나처럼 회사에 소속된 재택러들은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일주일에 몇 번은 회사에 나가야 한다던가,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외에 가는 것은 안된다던가 하는.. (보통 IT팀에서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그래도 주 5일 회사 출퇴근을 하는 것에 비하면 워케이션을 가는 것이 훨씬 자유롭지 싶다. 꼭 길게 가지 않더라도, 일주일 정도 다녀오는 것도 충분히 리프레쉬가 되니까! 사무실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끼며 환경의 변화, 분위기 전환이 정말 중요한 나 같은 사람에게 워케이션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시차 극복
나의 경우에 가장 큰 제한은 '시차'다. 실시간으로 동료들과 소통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하루에 두세 시간은 겹치는 것이 서로 편하다. 나는 중미나 유럽에 가서 워케이션을 하고 싶은데, 시차의 이유로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계산을 해보니 미서부에 갈 경우 저녁 5시쯤 일을 시작해 밤 12시-시까지 업무를 할 경우에 충분히 한국과 근무시간을 맞출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저녁에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회사와 잘 이야기해 봐야겠다.
남편은 한국에, 아내는 해외에서 한 달 살기?
주말부부를 끝내고 싶어서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노마드가 된 이후에 2주~한 달 살기를 떠나게 되면서 남편은 종종 한국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다. 내가 자주 한국을 떠나지는 않지만, 일주일 이상 남편을 혼자 남겨둘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두세 달 다녀오고 싶었던 마음이 남편을 생각하다 보면 한 달로 줄어들었고, 어느덧 '2주도 충분하다' 싶은 때가 왔다. 나도 몇 달 사이에 나이가 들었는지, 너무 오래 집을 떠나 있으면 슬슬 한국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이제는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다음번에는 해외출장과 워케이션, 그리고 남편과의 여행을 하나로 합쳐 다녀오는 방법을 간구 중이다.
디지털 노마드라고 다 워케이션을 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늘 여행에 목말라있지만, 물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 넣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한 공간, 한 도시에서 머무르는 것과 내가 원하는 곳에 머무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모든 사람이 모험이나 일탈을 하려고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휴식을 하러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과 더 맞는 환경을 찾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실제로 내 상사는 남편과 3주간 유럽여행을 떠났는데, 단순히 일탈이 아니라 노후에 어디에서 살면 좋을지 미리 탐색하고 싶어서 떠난 여행이었다. 이처럼 해외에 가는 것은 여행이기도 하지만 보다 나은 삶, 맞는 삶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워케이션에 대한 고찰
워케이션은 100% 여행으로 해외를 가는 것보다는 제한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디를 가도 인터넷이 잘 되어야 하고, 무거운 노트북도 들고 다녀야 한다. 휴가를 내지 않으면 하루에 4-8시간은 컴퓨터에 묶여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한 지역에 얽매여 있지 않아도 되며, 일상이 여행이 되고 여행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삶을 보다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고, 내가 있고 싶은 곳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워케이션은 참 좋은 삶의 형태인 것 같다! 하지만 여행지/휴가지에 있으면서도 한국에 있을 때와 변함없이 일을 잘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엄격한 자기 관리와 책임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내가 일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일할 수 있는 컨디션일 때 비로소 내 능력을 발휘해서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에 쓰기 시작한 재택근무 이야기가 어느덧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결혼 후 외딴곳에 이주한 삶, 또는 디지털 노마드의 워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연재가 연재하는 재택근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