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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Jul 02. 2024

아내의 손맛

행복 바이러스



어린 나이에 아내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학창 시절, 나는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했다. 혼자 식사를 하거나 굶는 경우가 많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그런 이유로, 믿기 어렵겠지만, 아내에게 멋진 프러포즈를 하기는커녕 황당하게도 "오빠 평생 밥해줄 수 있어?"라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아내는 손끝이 야무지다. 그녀가 해준 음식은 나에게 맞춤식처럼 무엇이든 맛있다. 우리의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아내의 손맛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 그 이상이며, 늘 외로움과 허기진 배를 움켜쥐는  나에게 사랑과 정성이 깃든 귀한 선물과도 같았다.


아내가 처음 만들어준 음식이 생각난다. 따뜻한 김찌찌개와 고슬고슬한 밥, 그리고 정성스럽게 무친  나물 반찬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성과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음식들은 나에게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꼭 사진으로 찍어두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사진만 보더라도 아내의 손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진을 찍으며,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그 맛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모아둔 사진들은 우리 둘의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어느 날, 아내가 해준 김치부침개를 먹으며 나는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지?" 아내는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맛을 알기 때문이지." 그녀의 대답에 나는 마음 깊이 울컥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언제나 정성을 다해 요리하고 있었다.


아내의 손맛에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담겨있다. 그녀는 요리를 통해 우리의 삶에 색을 더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의 맛을 넘어, 우리 가족의 행복과 사랑을 의미한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함께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아내가 해준 수많은 음식들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음식들에는 그녀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가끔, 나와 아내는 음식사진들이 있는 카메라 앨범을 펼쳐보곤 한다. 아내가 해준 음식들의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계탕, 생선구이, 잡채, 배추 전... 그 모든 음식들이 떠올랐다. 그 사진들을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만든 날짜와 함께 즐겁게 보낸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그 음식들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기록이었다.


직장생활을 함께 하고 있어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주말에는 지금도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한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그 맛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그녀의 손맛은 우리의 삶과 가족의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아내의 손맛, 그것은 나에게 있어 근본적인 외로움과 허기짐을 치유한 행복 바이러스이다. 참 감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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