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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Sep 29. 2024

함께 걸어온, 걸어갈 군인의 길

삶의 방식

우리 집 앞 창문 옆에 걸린 태극기는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바람에 펄럭인다. 그 깃발이 나부낄 때마다 나는 군인의 길을 떠올리곤 한다. 22년간의 군 생활, 내게 주어진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뼛속까지 군인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나는 강직한 삶을 살아왔다. 융통성 없는 군인, 재미라고는 1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나의 충성심과 책임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게 맡겨진 임무는 곧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번영은 군인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다."

이 말처럼 나는 피곤하고 고된 시간을 견뎌내며 살아왔다. 그러나 나보다 더 고통을 묵묵히 감내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나의 가족들이다. 수없이 많은 밤과 새벽을 홀로 보내며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아내,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자라난 아이들은 결코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자라지 않았다. 군인의 길을 가는 나를 지켜보며, 그들도 역시 군인의 삶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었다.


힘들고 지친 날도 많았다. 때로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들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이 마음 아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내 아들이 이제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은 군인의 길을 자처하며 어느덧 4년째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버지로서 군인의 삶이 얼마나 험난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 길을 선택한 아들이 때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아들이 느끼는 자부심을 보면서, 나는 그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자유는 대가를 요구한다." 아들은 그 대가를 기꺼이 치르며 국가를 지키는 길에 서 있다. 아들은 자신만의 꿈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좇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나라를 위한 헌신이며, 그 헌신 속에서 얻는 명예와 자부심이다.


딸 역시 군인의 아내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앞으로 겪어야 할 고단한 날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지만, 딸 역시 알고 있다. 군인의 가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무게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진정한 용기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내 딸은 그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 군인 아내의 삶을 선택했다.


군인의 길은 결코 혼자 걷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들 모두가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집 앞에 나부끼는 태극기는 그 상징이다. 그 깃발은 단순히 바람에 흔들리는 천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상징한다. 그 길은 고되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예와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한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군인의 길을 걷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 결심 속에서 수많은 역경을 견뎌냈다. "우리는 매일 싸운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나의 아들은 군복을 입고 국가를 지키며, 나의 딸은 군인의 아내로서 묵묵히 그 길을 함께한다. 나는 그들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은 결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명예이다.


"명예는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며, 그것은 결코 스스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이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다. 군인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지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며,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부심을 얻는다.



우리 집 앞의 태극기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부낄 것이다. 그 깃발은 우리 가족이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군인의 길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  깃발 아래에서 힘을 얻고, 서로의 헌신과 용기를 존중하며, 끝까지 군인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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