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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Nov 04. 2024

서점으로 향하는 발걸음

쉼표

어느 순간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향한다. 특별히 시간을 정해둔 것도 아니고,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잠시 기다릴 때도, 어딘가에 머물러 조금이라도 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도 나는 서점을 찾는다. 그곳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언제나 익숙하고 편안하게 맞아준다.


서점에 갈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저 책 사이를 거닐며 제목을 보고, 목차를 넘기고, 때로는 표지의 색감에 이끌리며 책 속의 한 구절을 훔쳐보기도 한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잠시 멈추기도 하고, 한쪽에 조용히 꽂혀 있는 책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그런 작은 제스처들 속에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들이 주는 묵묵한 존재감 속에서, 나는 서서히 안정감을 느낀다. 마치 복잡한 생각이 차분해지고, 쉴 틈을 찾는 마음에 조용한 위로가 내려앉는 듯하다.


서점에서는 굳이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목적도 없다. 그저 한 권 한 권, 그 자리에서 숨 쉬는 책들을 따라가며 내 마음을 맡길 뿐이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을 고르고, 조용히 계산대로 향한다.



책을 들고 나오는 길에는 묘한 뿌듯함이 따라붙는다. 단지 책을 샀다는 사실이 아니라, 잠시나마 고요하게 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서점은 늘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나는 세상의 번잡함을 잊고, 내 안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일 수 있다.


무언가를 읽어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책 사이를 거닐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고,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점에서 찾은 고요한 쉼표처럼, 우리 삶에도 잠시 멈추고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할 힘을 얻게 된다.


"때때로, 진정한 쉼은 무엇을 얻으려는 노력 없이 그저 잠시 머물러보는 데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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