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껴보기도 전에 어느새 새벽 공기가 싸늘해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부드러운 가을바람이 스쳐갔는데, 오늘 아침엔 차가운 한기가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어쩌다 잠결에 발끝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불을 빈틈없이 덮으며 몸을 움츠린다. 문득 떠오른다. 이제 곧 찾아올 겨울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겨울이 오기 전, 하나하나 준비할 일들이 스치듯 떠오른다.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 틈새에 문풍지를 붙이고, 오래된 보일러도 점검하고, 깊이 넣어둔 두툼한 겨울옷들도 꺼내 정돈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은 자연스레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어머니의 화목난로는 준비되어 있을까? 혹여라도 추운 날씨에 마음 졸이며 지내시지는 않을까? 따스한 화목이 충분히 쌓여 있어야, 어머니도 겨울을 무사히 보내실 텐데.
계절이 변할 때마다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준비를 시작한다. 여름에는 그늘을 찾고, 겨울 앞에서는 따뜻함을 마련한다. 마찬가지로, 인생에도 차가운 ‘겨울’이 찾아올 때 우리는 과연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젊은 날의 열정과 추억을 지나, 우리의 내면에 쌓아둔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우리의 노년을 채워줄 수 있을까?
겨울을 준비하는 일은 단지 추위를 막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내면을 서서히 채워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 쌓아가는 작은 온기들이, 언젠가 삶의 겨울이 왔을 때 우리를 포근히 감싸줄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따뜻함과 여유를 채우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미리미리 돌보는 시간들이야말로, 결국에는 차가운 세월 속에서도 따스함을 지켜주는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곧 다가올 겨울을 맞으며, 우리 삶 속에서도 마음의 화목을 쌓아가며 따뜻하게 채우기를. 지금의 소소한 준비들이 결국 우리가 맞이할 내일의 온기가 되어, 겨울날에도 포근히 우리를 감싸줄 것이다.
미리 준비한 마음은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