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새벽, 이른 아침은 좋다
나를 만나는 시간
나는 오랫동안 새벽의 참모습을 모르고 살았다. 늘 일로 인해 밤을 지새우며 새벽을 맞이하곤 했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지쳐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 속에서 마지못해 하루를 넘기던 지난 시절, 새벽은 단지 밤과 아침 사이의 피로한 공백에 지나지 않았다.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은 나와는 먼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렸고, 내게 새벽은 항상 더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생활은 조금씩 조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잠자리에 들면 이전보다 일찍 깊은 잠에 빠지고, 자연스럽게 새벽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눈을 떠 맞이한 새벽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놀라운 고요와 청량함으로 나를 감싸 안는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희미한 빛이 천천히 다가오는 그 경이로운 순간은 마치 나만의 세상이 열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 새벽은 마침내 나를 위한 진정한 쉼터가 되었다.
이른 새벽,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나는 나만의 작은 의식을 만들어간다. 가벼운 운동으로 잠들었던 몸을 깨우고, 마음이 향하는 대로 한 권의 책을 펼치고, 잊고 지냈던 이야기와 마주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히 펜을 들어 감춰두었던 감정을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가기도 한다. 그리고는 미뤄둔 글을 다시 써 내려가며 나의 진심과 마주하는 시간.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새벽은, 마치 나만을 위한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은은한 마법과도 같다.
나는 이 시간을 '온전히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 부른다. 새벽은 낮의 분주함과 다르게 오직 나만을 위한 자유와 고요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시계가 멈춘 듯한 이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만나고, 스스로의 소리를 듣는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짧은 순간 동안, 나는 더 이상 과거의 피로에 지친 내가 아닌, 새로이 빛을 맞이할 준비가 된 내일의 나로 거듭난다.
새벽을 맞이하며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도, 나를 위한 고요한 순간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일상의 바쁜 흐름 속에서도 내 마음의 평온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는 그저 이른 새벽의 품에 잠시 안기면 된다는 것을.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난다. 하루의 시작을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그 조용한 순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