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은 내 것이 아니니까
미워한다는 것과 얕잡아본다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이 둘은 때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얽혀버리기도 한다. 미움은 감정의 강렬한 소용돌이 속에서 생긴다.
한때 가깝거나, 소중했거나, 혹은 기대가 있었던 사람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실망하고, 그 실망이 반복될 때 미움이 싹튼다. 미움은 단순한 반감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가졌던 기대와 감정이 배반당했다고 느낄 때 생기는 것이다.
반면, 얕잡아봄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누군가를 내 기준으로 낮춰 바라보는 행위다. 상대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그 사람이 내게 영향을 미칠 존재가 아니라고 단정 짓는다.
미움이 감정의 불꽃이라면, 얕잡아봄은 차갑고 건조한 무관심 속에서 피어난다. 미움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자리한다면, 얕잡아봄은 감정의 결여 속에서 존재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 적은 있어도, 미워하거나 얕잡아본 적은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운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기대했던 말이 돌아오지 않거나, 내가 내민 손길이 허공에 머물 때, 우리는 순간적으로 서운해진다. 하지만 서운함은 미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관계에 대한 기대가 있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했다. ‘왜 그럴까?’ 나는 미움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있었을까? 상대는 나를 어떻게 바라봤기에 미움을 품었을까? 그리고 나는 그 미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 수 있다. 그것은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미움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한다.
때로 우리는 미움을 받을 이유도 모른 채, 타인의 감정 속에서 낯선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 미움이 마음을 갉아먹고, 시야를 좁히고, 나 자신을 가두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누구도 얕잡아보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는 결코 내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낮춰보는 태도는 결국 내 시야를 좁히고, 나 자신을 더 작게 만드는 일이다.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아픈 일이지만, 그것이 나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감정이 나를 깎아내릴 수 없고, 나의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나는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미움에 흔들리지 않고, 경멸에 주저앉지 않으며,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마라. 미움은 미워하는 사람의 것이지, 당신의 것이 아니다.” — 엘리너 루즈벨트
그러니 누군가의 미움에 얽매이지 말고, 그 미움이 내 안에 뿌리내리지 않도록 하자. 미움이 아니라 이해를, 경멸이 아니라 존중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나를 더 넓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