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한 문장
책이란 참으로 묘한 존재다. 얇거나 두꺼운 표지 속에 담긴 세상의 이야기를 우리는 한 장씩 넘기며 마주한다. 책은 그 자체로 조용하고 고요하지만, 한 번 펼쳐지면 그 안에 담긴 세계는 놀라울 만큼 크고 깊다.
그리고 그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는 오롯이 나의 손끝에 달려 있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것은 나의 의지이며, 그 안의 글을 읽고 기억 속에 새기는 일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책 속의 글은 단순히 눈으로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장은 나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며 작은 씨앗이 된다. 그 씨앗은 내 생각 속에서 싹을 틔우고, 시간이 지나면서 줄기를 뻗고 잎을 피운다.
어떤 글은 내 안에 깊이 뿌리를 내려 사고의 근간이 되고, 또 어떤 글은 바람에 날린 씨앗처럼 새로운 생각의 토양을 찾아간다. 그 모든 과정이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신비롭고 경이롭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과 생각, 그리고 경험을 빌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글 속의 단어와 문장들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 삶 속으로 들어와 전혀 다른 의미로 자리 잡는다. 책은 이렇게 우리의 사고를 자극하고, 우리 내면의 세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책 속의 글이 나에게 씨앗을 남긴다면, 그 씨앗을 키우는 일은 나의 몫이다. 하얀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가는 일은 읽은 글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단순히 배운 것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종이 위에 돋아나는 글자들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은 발걸음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그래서 고요하지만 강렬하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생각들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나의 세계를 넓혀준다.
그 변화는 또 다른 씨앗이 되어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나의 글 속에서, 그리고 삶의 선택 속에서 드러나게 된다.
“책은 생각의 씨앗을 심고, 사람은 그 씨앗을 키운다.”
<칼릴 지브란>
책 한 권이 줄 수 있는 작은 씨앗을 귀하게 여기자. 그 씨앗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또 다른 세상으로 퍼져나가게 하자. 책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은 책 한 권... 책 속의 딱 한 문장 만으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