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1년에 서너 번 귀국할 때마다 나를 찾아오는 그였다. 사업이 잘된다고 했다. 해외에 운영하는 사업체가 벌써 10개가 넘었다고, 새롭게 확장한 곳이 어디인지, 건물을 짓는 데 몇백억이 들어갔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그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처음엔 흥미롭게 들으려 했으나, 점점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 대화는 그가 쌓아 올린 성공을 증명하는 자리일 뿐,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는 점점 숨이 차오르는 듯했다. 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제야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건강은 어떠세요?"
말을 하며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운동으로 감량한 몸무게라고 느끼기엔 수척하기까지 했다. 얼굴은 더 검어졌고, 말을 할 때마다 머리와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 손가락으로 휴대폰 창을 정확히 터치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그냥 피곤해서 그래."
그 말끝에 다시 사업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본인의 건강보다는 얼마를 투자했고, 어떤 성과를 냈으며, 다음엔 어느분야 어디로 확장할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마치 멈춰 서서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나는 순간 생각했다. 이토록 성공을 쫓는 삶 속에서 그는 과연 행복할까?
그의 손끝이 살짝 떨릴 때마다, 그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그의 눈빛이 어딘가 공허할 때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겠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쌓아온 것들은 크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종종 '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다 해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건강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은 한순간에 의미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날의 만남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방적으로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나는 아무런 위로도, 따뜻한 나눔도 느끼지 못했다. 남아있는 것은 그저 안타까움뿐이었다.
성공을 쫓기 전에, 건강을 먼저 챙겨라. 건강이 없는 성공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일 뿐이다.
나는 그가 다음에 다시 나를 찾을 때,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먼저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의 대화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