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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

봄의 조짐

by 서담


아무리 추운 겨울도 봄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얼어붙은 날씨도, 두꺼운 외투 속에서조차 스며드는 한기마저도 결국에는 물러날 것이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제시간에 찾아온다. 그렇게 우리는 해마다 봄을 맞이하면서도, 매번 그 기적을 새롭게 느낀다.


오늘도 출근길은 차가웠다. 거리는 온통 회색빛이고, 아스팔트 위를 스치는 바람은 가혹할 만큼 날카롭다. 어깨를 움츠린 채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면,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계절의 무게가 느껴진다. 겨울의 끝자락에 서 있는 우리는 모두 조금씩 지쳐 있다. 손끝까지 시려오는 아침 공기 속에서, 내 마음도 겨울에 갇힌 듯 얼어붙어 있다.


그런데, 문득 한낮의 햇볕이 얼굴을 스친다. 매서운 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함이 있다. 아주 잠깐, 너무나도 짧은 순간이지만, 그 온기가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 겨울 속에서도, 봄은 이렇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아, 봄이 오고 있구나."


귀를 기울이면 들린다. 겨울을 밀어내고 다가오는 봄의 발소리. 아직은 먼 듯하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봄의 조짐들. 살짝 길어진 해의 기운,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변화, 그리고 길가 어딘가에서 움트기 시작한 작은 싹들. 그 모든 것이 봄의 도착을 알리고 있다.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봄이 빨리 오기를, 이 끝없는 겨울을 밀어내고 따뜻한 계절이 내 삶을 감싸 주기를. 그렇기에 더욱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 내 안에도 조금씩 봄을 들일 준비를 하며, 마중 나갈 준비를 한다.


살다 보면 겨울과 같은 순간들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시기, 아무리 걸어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길. 그럴 때면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듯, 인생도 그렇게 흐른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결국은 끝이 나고, 그 자리에 봄이 자리 잡는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겨울이 길수록 봄이 더 간절해지는 이유를. 긴 추위 끝에서야 비로소 봄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된다. 그러니 지금의 이 추위 속에서도 나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한다. 아직은 얼어붙은 계절이지만, 나는 머지않아 올봄을 기다리며 문 앞에 서 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우리가 견디는 지금의 이 시간이 언젠가 따뜻한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봄은 단순히 계절이 아니라,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기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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