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거짓말처럼

by 서담

또다시 찾아왔다.

이 반갑지 않은 손님은 초대받은 적도 없건만,

연례행사처럼 기습적으로 나를 덮쳐온다.

그것도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늘 새벽,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편함일 거라고 생각했다.

몸을 조금만 뒤척이면 나아질 거라며,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마치 전기 고문처럼 온몸을 타고 흐르는 고통.

신경을 따라 번지는 날카로운 통증이

파도처럼 덮쳐왔다.

그것도 몇 초 간격으로.

마치 고통이 ‘나 아직 여기 있어’라고

거칠게 몸을 흔드는 듯했다.


앉을 수도, 설 수도 없었다.

어떤 자세도 허락되지 않는 절대적인 통증 앞에서

나는 무력해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듯한 순간이 온전히 나의 시간을 지배했다.


119 구급차에 실려 가는 길

응급출동한 구급대원들 마저도 특별한 외상없이 마비되어 있는 나를 당황하면서도 어이없어하는 표정과 함께 손길이 분주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얼굴을 또렷이 볼 수 없었다.

고통이 시야까지 가려버린 것인지,

아니면 이 순간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많이 아프시죠? 곧 도착합니다."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대답조차 하기 어려웠다.

아주 사소한 노면의 덜컹거림마저도 함께 동반되어

찾아오는 진하디 진한 쓰라림을

그저 몸을 가만히 웅크린 채,

한순간이라도 고통이 덜하기를 바라며

숨을 죽였다.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걸까?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나에게

왜 이렇게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제야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몸은 이미 수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쉬어야 한다고.'

나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스스로를 이기는 거라고 믿어왔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무리하는 것이 때로는 멈추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쉼은 게으름이 아니다.

쉼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쉼은 최선을 다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


병원 침상 위에서, 다시 나에게 말한다.

"쉬엄쉬엄 해도 괜찮아."

"쉼 없이 달려왔으니, 숨 고르며 가도되."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오래 걸을 수 있는 길을 택하자."


나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쉼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을 지키면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말자.

다시 일어서고 걷고 달릴날이 오겠지만,

그때는 쉼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한 채,

더 건강하게, 더 단단하게 나아갈 것이다.


앉고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었던 새벽,

다시 거짓말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에 앉기 시작했다.


2월에 끝에서...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23화비슷한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