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라는 외투를 걸친 사람들

조용히 빛나고 싶다

by 서담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엇을 더 갖는 일보다, 무엇을 어떻게 내려놓을지를 배워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어떤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입고 다닌다. 말과 태도 속에 과거의 영광을 걸치고, 지금도 여전히 대단한 사람인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그땐 말이야…”

“나 없었으면 그 일도 없었지.”

대화는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풀어놓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마음 한편이 짠해진다. 정말 잘난 사람이라기보다,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허세는 어쩌면, 누군가가 나를 봐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눈빛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조용해졌지만, 한때는 빛났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는, 그런 속마음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일터에서는 젊은 세대가 앞에 서고, 가정에서는 자녀가 중심이 되고, 사회 속에서는 점점 뒤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때, 허세는 남은 몇 개의 깃발처럼, 나를 설명하는 도구가 되어버린다.


사실, 사람들은 진심을 알아보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화려한 말보다 묵묵히 살아온 시간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 허풍보다 조용히 웃는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우리 모두는 지나온 시간만큼의 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누구는 한때 높은 자리에 있었고, 누구는 큰돈을 만졌고, 누구는 이름을 알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니다. 과거가 나를 만든 건 맞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건 지금 이 순간의 나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굳이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누구 앞에서도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그 안에 담긴 진심과 꾸준함이 빛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은 결국, 자기 말속에 자신을 드러낸다. 허세를 입은 말은 순간은 커 보일지 몰라도, 금세 공허해진다. 반면, 담백한 진심은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에 남는다.


이제는 말이 길어질수록 내가 부족함을 감추려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과거가 아닌 지금의 나로 사랑받고, 지금의 내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진솔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한 줄 생각 : 진짜 강한 사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조용히 빛나는 사람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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