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심박수 하루의 호흡
나에게 글쓰기란
나는 쓴다. 생각이 복잡할 때도, 마음이 고요할 때도, 이유 없이 허전할 때도. 누군가에겐 운동이, 누군가에겐 음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여행이 위로가 되듯,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렇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저 머릿속에 가득 쌓인 생각들을 조금 덜어내고 싶었다. 말로 꺼내기엔 너무 복잡하고, 그냥 삼키기엔 너무 아팠던 마음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펜을 들었고, 손끝으로 마음을 풀어냈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을 밖으로 꺼내어 숨 쉬게 하는 일이다.”
처음엔 그저 한 줄이었다.
“오늘은 조금 외로웠다.”
그 짧은 문장이 마음에 작은 균열을 냈고, 그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어느새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글쓰기는 내게 ‘행동하는 생각’이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붙잡아내면서 비로소 내 마음을 ‘명확하게 바라보는 일’이 된다.
생각은 빠르다. 하지만 글은 느리다. 그 느림이 나를 구했다. 빠른 생각 속에서 놓치던 감정들이, 글로 옮겨지는 동안 하나씩 제자리를 찾는다. 그래서 나는 쓴다.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우기 위해서.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답게 살기 위해서.’
누군가는 말한다.
“글을 왜 쓰세요?”
나는 대답한다.
“살기 위해서요.”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 말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감정, 그 모든 것이 글 속에 담긴다. 그래서 글은 나에게 심리학이자 명상이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글은 거울이다. 내가 쓴 글 속에는 지금의 내가 비친다. 조금은 불안하고, 때로는 단단하며, 가끔은 흔들리지만 그마저도 솔직한 나의 모습이 있다.
“쓴다는 것은, 자신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 일이다.”
글을 쓰면서 나는 배운다. 어떤 감정도 억누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그저 감정의 주인이 되어 그 마음을 글로 옮길 수 있다면, 이미 치유의 절반은 끝난 것이다.
어느 날은 펜으로, 또 어느 날은 휴대폰으로, 노트북으로 쓴다. 장소도 시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이다. 글이 잘 써지는 날도 있고, 한 줄 쓰기조차 버거운 날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날에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살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글은 내 마음의 심박수이고, 문장은 내 하루의 호흡이다.
하루 동안 본 풍경들, 스친 사람들, 가끔은 문득 스며든 냄새와 공기의 온도까지. 그 모든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쓴다.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세상은 기록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해진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세상을 다시 배운다.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익숙한 풍경 속의 새로움을, 무심히 지나쳤던 감사의 이유를. 글을 쓰며 나는 ‘보는 눈’을 얻는다.
“글은 마음의 숨결이다. 써야 숨 쉬고, 써야 살아진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글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의 위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내가 쓴 문장 속에 내가 있고, 그 나와 마주 보며 웃기도, 울기도 하니까.
지금도 나는 쓴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이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분명히 살아 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조용한 저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