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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Feb 13. 2024

프롤로그

편지로 전하는 마음의 실루엣

편지는 누군가를 향한 나의 생각을 표현한 마음이다. 편지는 주어주는 사람의 마음은 받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고,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글이 주는 위로는 말보다 우선한다. 더욱이 손 글씨로 전해 주는 마음은 그 어떤 전달력 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말은 하고 나면 그 순간 사라지게 되고 퇴색된다. 글은 쓰인 자체로 그 수명은 오래가고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가슴에 꽂히기라도 하면 오래도록 마음의 중심에 침잠되어 살아 숨 쉬게 한다.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나를 떠올리게 된다. 펜으로 꾹꾹 눌러쓸 때마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생각만을 했을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너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의 고백을 들을 수 있고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일지 궁금증에 대한 물음일 수 있는 진실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문자메시지로 전해지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 그림자처럼 편지에 묻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향한 얼마나 깊은 마음이어야 편지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써야 내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온갖 단어들을 떠올려 쓰기와 지우기를 반복한다.


인터넷이 생기고 문자나 전화 실시간 영상대화까지 가능한 지금 시대에 ‘편지’는 예전만큼의 힘의 전달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되고 통제된 훈련소와 같은 오직 편지만이 유일한 소통의 창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편지만큼 기분을 들뜨게 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한 사람 ‘너’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은 서툴고 투박하더라도, 화려한 미사여구를 곁들이지 않더라도 글씨 한 자 한 자에 담긴 진심만은 그대로 느껴질 테니까!

        

  스무 살을 갓 넘긴 남자와 여자, 그리고 1살 아이 많은 사람들이 철부지 사랑이라 했다. 애가 애를 낳았다며 축하와 함께 측은한 듯 위로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철없는 젊은 남녀의 금방 타올랐다가 꺼질 촛불 같은 사랑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오래가지 못하고 분명히 헤어질 거라 서로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염려와 걱정을 안고서 아무것도 갖추지 못하고 축복받지도 못하는 우린 너무 이른 사랑을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아이를 먼저 낳았다. 이 선택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여자와 아이만 남겨두고 군에 입대한 남자, 서로는 다시 만날 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힘들고 고단한 하루하루의 여정을 손 편지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부끄럽거나 창피한 생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말하지 못했던 둘만의 편지 데이트 이야기이다. 특별하거나 자랑할 만한 남녀 간의 로맨스 얘기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두 남녀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시작한 이른 사랑으로 겪은 인생 이야기다.


편지는...
손에 담긴 이야기들이 실은 마음의 소리,
마음의 우체통에서 피어나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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