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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로그아웃

그렇게 맞지 않는 옷을 벗어던졌다.

by 윤명철

한창 일할 나이 35세.


나는 맞지 않는 옷을 과감히 집어던졌다.

예쁜 옷인 줄 알고 입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 오래 입을 옷인 줄 알았는데 금방 닳아 없어지는 옷이었다.


3분 간격으로 맞춰진 10개의 알람 중 정확히 8번째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나는 습관처럼 욕을 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회사 가기 싫다’를 약 100번쯤 반복한 후 찬물로 세수를 하고 억지로 눈을 떠보니 웬 형편없는 몰골에 늙어가는 노예 하나가 서 있었다. 축 처진 눈, 힘없는 목소리,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 마치 내일이 없는 듯한 시한부 인생같이 회사로 향하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패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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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만 되면 반드시 상사의 면전에 사원증을 던지고 퇴사를 실행하리라는 다짐은 잠시뿐, 싫어도 가야 하는 회사와의 이 질긴 인연을 끊고 싶지만 쉽지 않다. 회사 밖을 나가면 춥다고 하는데 이 안에 계속 있다가는 내가 먼저 얼어 죽을 것 같다.


퇴사는 육식동물이 득실거리는 아프리카 초원 위 혼자 남겨진 사슴 한 마리 같은 거라던데. 이대로 여기 있다가는 식인종들에게 딱 잡아먹힐 각이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죽는 인생 뭘 그리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회사의 승자는 주주인데 직원들끼리 뭐가 아쉬워서 서로 손가락질하며 한 편의 코미디를 찍고 있는지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좁은 회사에 대체 왜! 서로 물고 뜯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펼쳐졌을까? 왜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덤벼들까? 몇 안 되는 사람끼리 라인을 만들고 정치질은 왜 하는 걸까? 회사 일은 매일 하는데 왜 줄지를 않는 걸까? 일은 늘어나는데 내 월급은 왜 오르지 않는 걸까? 왜 로또는 매주 사는데 5등조차도 안 되는 걸까? 왜 일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걸까? 지금 힘든 것이 과연 나만의 문제일까? 지금 눈물이 나는 건 내가 잘못해서일까?


밤새 내일 아침 상사에게 들이밀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 꼰대 같은 상사에게 대들었다가 쌍욕을 바가지로 먹은 사람. 퇴근길 버스 밖의 분주한 사람들을 보며 멍 때리고 있을 사람. 창밖에 둥글게 떠 있는 달을 보며 모니터 앞에서 한숨을 내쉬는 사람. 회사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런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에서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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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하지만,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와 꿀잼 가득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지금도 아등바등 살고 있을 젊은 직장인의 삶을 풀어냈다.

오늘도 일에 빠져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젊은 직장인들에게 한 잔의 사이다 같은 책은 아니더라도 깊게 우려낸 녹차 같은 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거참 퇴사하기 좋은 날씨다.”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퇴사를 즐기는 행복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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