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맞지 않는 옷을 벗어던졌다.
나는 맞지 않는 옷을 과감히 집어던졌다.
예쁜 옷인 줄 알고 입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 오래 입을 옷인 줄 알았는데 금방 닳아 없어지는 옷이었다.
3분 간격으로 맞춰진 10개의 알람 중 정확히 8번째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나는 습관처럼 욕을 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한참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회사 가기 싫다’를 약 100번쯤 반복한 후 찬물로 세수를 하고 억지로 눈을 떠보니 웬 형편없는 몰골에 늙어가는 노예 하나가 서 있었다. 축 처진 눈, 힘없는 목소리,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 마치 내일이 없는 듯한 시한부 인생같이 회사로 향하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패배자였다.
로또만 되면 반드시 상사의 면전에 사원증을 던지고 퇴사를 실행하리라는 다짐은 잠시뿐, 싫어도 가야 하는 회사와의 이 질긴 인연을 끊고 싶지만 쉽지 않다. 회사 밖을 나가면 춥다고 하는데 이 안에 계속 있다가는 내가 먼저 얼어 죽을 것 같다.
퇴사는 육식동물이 득실거리는 아프리카 초원 위 혼자 남겨진 사슴 한 마리 같은 거라던데. 이대로 여기 있다가는 식인종들에게 딱 잡아먹힐 각이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죽는 인생 뭘 그리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회사의 승자는 주주인데 직원들끼리 뭐가 아쉬워서 서로 손가락질하며 한 편의 코미디를 찍고 있는지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좁은 회사에 대체 왜! 서로 물고 뜯는 약육강식의 정글이 펼쳐졌을까? 왜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고 덤벼들까? 몇 안 되는 사람끼리 라인을 만들고 정치질은 왜 하는 걸까? 회사 일은 매일 하는데 왜 줄지를 않는 걸까? 일은 늘어나는데 내 월급은 왜 오르지 않는 걸까? 왜 로또는 매주 사는데 5등조차도 안 되는 걸까? 왜 일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걸까? 지금 힘든 것이 과연 나만의 문제일까? 지금 눈물이 나는 건 내가 잘못해서일까?
밤새 내일 아침 상사에게 들이밀 보고서를 만드는 사람. 꼰대 같은 상사에게 대들었다가 쌍욕을 바가지로 먹은 사람. 퇴근길 버스 밖의 분주한 사람들을 보며 멍 때리고 있을 사람. 창밖에 둥글게 떠 있는 달을 보며 모니터 앞에서 한숨을 내쉬는 사람. 회사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런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에서 시작해본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와 꿀잼 가득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지금도 아등바등 살고 있을 젊은 직장인의 삶을 풀어냈다.
오늘도 일에 빠져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젊은 직장인들에게 한 잔의 사이다 같은 책은 아니더라도 깊게 우려낸 녹차 같은 책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거참 퇴사하기 좋은 날씨다.”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퇴사를 즐기는 행복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