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열심히 살기로 했다.
나는 자기 전에 핸드폰을 본다.
그래야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잠이 들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
머릿속엔 내일 오전에 할 일 오후에 할 일... 장기적으로 할 일, 미팅, 보고서 등등등 모든 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다른 생각을 해본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잠을 다시 청해보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그렇게 또 멀쩡한 정신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휴…. 제발 제발 제발…. 오늘이 쉬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에 터벅터벅 들어간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한다. 그러자 잠이 쏟아진다. 며칠이나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몸은 지쳐간다. 점심을 스킵하고 휴게실에서 앉아 잠시 눈을 붙인다.
오후 일과가 시작되고 모니터를 계속 보고 있으니 잠이 온다. 꾸역꾸역 노란 커피를 마셔가며 버틴다. 신기하게도 이런 날은 꼭 야근할 일이 생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멍한 정신 상태로 집에 도착한다. 대충 씻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얼마나 잤을까. 핸드폰 시계를 확인한다. 12시다. 2시간 지났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다. 잠이 오질 않는다. 정신은 멀쩡하다. 그리고 또 밤을 새운다.
잠을 못 자는 게 이렇게 고통일 줄 몰랐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잠이 안 오는지 원인도 알 수가 없었다. 운동하거나 아로마를 써보라는 권유도 있었다. 다 소용없었다.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 회사에서 지원하는 심리 상담을 알아봤다. 이전까지 심리 상담을 받는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힘들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어려우면 부딪혀 이겨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회사생활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건줄 알았다. 고통은 성장의 과정이고 현재의 아픔은 미래의 다가올 기쁨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심리 상담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겐 생소했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결국, 몇 번을 망설이다 어렵사리 심리상담 센터에 예약을 했고, 전화 상담을 받았다.
“혹시 무슨 일로 상담 받고 싶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녁에 잠을 잘 자지 못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은데 저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본인이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해도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에 노출되면 몸이 받으실 수도 있어요. 실제로 상담 받으시는 많은 직장인분들이 비슷한 일로 힘드신 사례가 많습니다. 혹시 특별하게 힘드신 일 있으실까요?”
“지금 딱히 회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올해가 직장인 3년 차기도 하고 당연히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데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선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말이 맞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24시간 달리기를 할 수 없듯이 일도 계속해서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잘한다는 건 너무 주관적인 목표이기에 스스로 만족하기 전까지는 자신을 스스로 코너에 밀어붙이는 것밖에는 안 돼요.”
“회사 선배나 상사 분들한테 듣는 이야기는 항상 잘하고 열심히 하라는 말만 들었지 단 한 번도 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맞아요. 그렇기에 스스로 조절하셔야 해요.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있어요. 자신을 스스로 너무 몰아치다 보면 어느 순간 의욕을 잃게 되는 거예요. 항상 잘해야지, 열심히 해야지, 남들보다 뛰어나야지란 생각으로 너무 자신을 스스로 코너로 몰지 마세요. 가끔은 자신에게 선물을 주세요. 일과 중에 집중하다가도 쉬는 시간을 꼭 가진다던지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시고 조금은 여유를 주세요.”
상담을 통해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에 대한 강박감이 있었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남모르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알지 못한 채 자신을 스스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러니 항상 긴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은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기에 잠을 편하게 잘 수도 없었고 정신이 피폐해졌던 것이었다.
그날의 상담 이후 강박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했다. 먼저 일을 덜 잘하기로 했다. 그리고 잘해야 한다는 모호한 기준보다 적당히 일하며 여유로움을 갖는 생각훈련을 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모호한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이며 어처구니없는지도 알게 되었다. 누구도 열심이라는 말에 만족할 수 없는데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만 해왔던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변화를 주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모습을 반성했다.
기간이 얼마나 됐을까. 한 달간 스스로 죄고 있던 압박감을 내려놓자 마음은 편안해지고 답답함과 긴장감은 없어졌다. 여느 때보다 마음에 여유로움이 생겨났다. 그리고 긴장이 풀어지며 오지 않던 잠이 잘 오기 시작한다. 진작 이렇게 생각하며 살 걸 그랬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위로하며 진짜 내 삶의 주인인 내가 하나씩 삶을 주도해갔다.
열심히, 잘, 최선을 다해 오늘도 나는 꿀잠을 잔다.
이래서 직장생활은 적당히 하자는 명언이 나왔나보다.
#일강박증은처음이야
#열심히최선을다해오늘은칼퇴할게요
#행복은없지않아내욕심이컷을뿐
#오늘은나자신에게선물주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