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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철 Dec 19. 2019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아

오늘 할 일은 내일로 

월요일은 피곤하긴 하지만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한주의 시작이기도 하고 이 한주를 또 어떻게 잘 견딜까 생각하며 출근길에 오른다. 출근하는 중에도 머릿속은 멍하다. 오늘은 뭘 해야 할지? 오전엔 무슨 업무를 하고 오후엔 다른 업무를 해야지. 그리고 오늘은 반드시 칼퇴를 목표로 하며 온갖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본다. 아침 업무 시작종이 울리기 전 노트에 오늘 할 일을 끄적인다. 오늘의 미션은 10가지 정도 된다. 루틴한일 5개 새롭게 해야 할 일 5개. 


그래! 오늘 근무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내리라! 


다짐하고 일을 시작하지만 다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전화가 쏟아진다. 그리고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다. 잘 지내냐는 말만 몇 번 듣는지 모르겠다. 마치 정해 놓은 답이 있는 것 마냥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영혼 없는 대답을 한다. 


예의상 하는 그 말이 기분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만 찾는 업무전화에 이젠 나도 익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왜 또 궁금한 건 이렇게 많은 건지. 예전에 알려준 내용을 다시 알려줘야 하는 아재들도 즐비하다.


 결국 그렇게 점심시간이 된다.     

이게 마치 시험이라면 조금이라도 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한다. 끝이라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건 끝이 없다. 회사가 망하거나 내가 망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끝이 없는 일을 계속해서 해가며 틈틈이 네이버 뉴스를 보고 있자면 세상은 이렇게 시끄럽고 빨리 변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대로인 것만 같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머리를 비우고 다시 모니터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업무에 매진한다. 


얼마나 집중했을까, 불청객이 찾아온다. 바로 깨톡이다. 처음엔 무료라 좋았고 연애할 땐 이모티콘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던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이놈의 깨톡은 지워버리고 싶은 어플 중 하나가 됐다. 메시지가 오면 기쁨을 주는 존재에서 이젠 열어보고 싶지 않은 귀찮은 녀석이 됐다. 그 이유는 아마도 업무 공유 방이 더 많아서 일거다. 


알람을 꺼 놔도 문제, 안 꺼놔도 문제다. 얼굴을 안 보고 깨톡으로만 업무지시가 날아오기도 한 이 현실에 습관적으로 폰을 켜면 깨톡부터 열어보는 습관이 생겨버린 내 모습을 보니 너무 한심하다. 그렇게 집중이 안 되는 업무의 연속. 시계를 보니 이미 퇴근시간은 지났고 그렇게 나는 오늘 할 일을 또 내일로 미뤘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중고등학교도 내가 선택해서 간 적이 없고 추첨해서 뺑뺑이로 갔고, 대학교도 수능 성적에 맞춰서 갔고, 계획대로 된 것은 없었다. 지금 이 회사에 다니게 될 줄 내가 알았나? 설사 원하는 회사라고 할지라도 이런 일을 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았을 뿐이다. 그런 나에게 위로를 보내며 어두운 밤, 퇴근길에 오른다. 


오늘은 맥주나 한 캔 하고 자야겠다.     


#오랜만이야잘지내

#아니요못지냅니다

#깨톡알람은잠시꺼두셔도좋습니다.

#퇴근후깨톡하면벌금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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