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명철 Dec 23. 2019

괜찮아 로또 샀잖아

로또라도 없으면 큰일 날뻔했어

“윤대리야~ 우리 다음 주에 보지 말자!
나 로또 1등 될 거거든!”     


그렇게 불금 저녁 쓸데없는 회식을 마무리하며 내일 저녁 당첨자 발표가 되는 로또를 샀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 김과장과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어느샌가 직장생활에서의 내 꿈은 온데간데없고 주말 로또가 희망이 되어버린 상황이 이젠 익숙하다. 어느샌가 퇴근 후 내 일상은 복권방에 들러 로또를 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일주일에 5천원만 해야지 하면서도 느낌이 좋으면 만원씩 꾸준히 샀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 혹시나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작은 기대감 때문에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 당첨번호를 보며 내가 이걸 왜 샀지라는 후회는 당연히 동반되는 것. 행여나 5등이라도 당첨되면 기분이 좋다.


로또 1등이 될 확률이 8,145,060분의 1이라는데……. 


이건 뭐 번개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고 하니 그냥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더 편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평생직장을 다니며 벌 수 있는 돈을 종이 한 장으로 얻게 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우리를 짜릿하게 만들어 끊을 수가 없다. 


한 지인은 로또를 사놓고 일부러 안 맞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걸 사놔야 조금이라도 마음에 희망이 생겨 아침에 출근할 힘이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 가슴팍에 고이 로또 종이를 간직한다고 했다. 직장인의 희망고문이 되어버린 로또를 사는 이유야 각기 다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고통이라서 희망을 찾는 건 아닐까? 직장인에게 로또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로또(Lotto)라는 말은 이탈리아 말로 “행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2002년 12월 처음으로 로또 복권이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은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로또 맞았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실상 제대로 로또 맞은 적은 없는 것 같아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물론 로또는 당첨확률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낮다. 최고 당첨금은 400억이 넘는 돈이고 최소 당첨금은 4억이라고 하니 사실 인생일대에 한 번 올 수 있는 대박을 기대했다가 실망할 가능성도 높은 게 사실이다. 로또에 당첨돼도 강남 아파트 1채 값도 안 된다며 직장생활을 여유롭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로또 당첨 시간이 되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로또 1등은 우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뉴스에 심심찮게 나오는 이야기 중 로또 1등 당첨자들이 결국 재산을 탕진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도박에 빠지거나, 사기를 당해 당첨금 모두를 날리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사실 역시 돈이 다가 아니구나, 싶다가도 그래도 1등 한 번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 안된 경우는 큰 금액의 돈이 생겼을 때, 활용할 줄 모르는 경우로 음주가무와 온갖 기행을 하며 탕진을 한다고 한다. 쉽게 들어온 만큼 쉽게 나간다는 말이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다. 


언제부터 직장인들의 삶이 이렇게 로또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삶이 되었는지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사실 나도 직장생활을 ‘견디는’ 삶을 지내본 바로 얼마나 로또가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로또를 사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도 로또가 된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다만 인생에 한 번 올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견디는 것이다. 


직장생활의 본질은 결국 회사가 잘되고, 내가 잘되는 것인데 초점은 오로지 한 달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묶여있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이 못 먹고 못 살 때는 생존을 위한 노동 개념이 컸다면, 지금은 자아실현과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가 주는 노동의 개념은 매달 들어오는 돈에 더 비중을 많이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더 로또 1등이 삶의 목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삶보다 로또 맞은 돈으로 사는 삶에 초점을 두고 살아 희망이 되어버린 우리네 현실이 쓸쓸하기만 하다. 


오늘도 로또에 희망을 거는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     

#번개라도한번맞았으면

#로또없으면어쩔뻔

#강남아파트1채가로또1등보다갑

#로또가마음의행복   

이전 14화 감정이 돈이라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