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는 언어가 다시

by ㄱㄷㅇ

어느새 여름이 지나갔더라도

여전히 조금은 더운 하루가 찾아오곤 합니다.

다만 곧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겠지요

아마도 세상의 반대편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일 거고요.

이러다 곧 눈이 오는 계절이 도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르던 세상이 약간의 쓸쓸함으로

덮일 즈음에야 비로소

저는 우리라는 언어를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우리라는 말로 함께이던 때

그때의 미래이자 지금의 과거이던 한 때에

맞닿은 손에선 온기가 전해졌습니다.

그쯤엔 눈이 왔던 걸로 기억하고요,

가만히 있는 것만 할 줄 알았던 내게

한 걸음씩 내딛는 법을 알려준 건 당신이었지요


향하게 될 곳이 어둠뿐일지라도

우리가 우리로서 함께라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짓궂게 웃어 보이면서요.


저는 그런 당신의 미소를 향해 웃음 지었고

앞을 향하던 당신의 등에 기대었습니다


그러나 여느 관계가 그렇듯

우리가 서로가 아닌 각자가 되었고요.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멈추어서

아주 약간의 시간을 견디게 될 것임을.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단 오랜 시간을 견디었으나

얼마 남지 않았음을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까지,

다시 걸음을 내딛을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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