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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지는 포말처럼

by ㄱㄷㅇ

좋은 일이 있든, 나쁜 일이 있든 바다를 찾는 건 오랜 습관 같은 것입니다. 한 번은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엘 갔어요. 함께 출발했지만 돌아오는 비행기는 조금은 달랐습니다. 친구들이 먼저 떠나고, 한 친구와 둘이서 짧게 제주도의 한 바다에 갔습니다. 저와 친구, 둘 모두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을 때라 고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침묵이 편한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많은 시간을 나누던 친구들과 거리가 생겨버리는 건 도통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그것이 특히 가까웠던 친구들이라면요.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아쉬움이 늘 마음 언저리에 생겨버립니다. 다만 각자의 여정이 직진이라면 나는 곡선일 테니, 여정에 한 지점마다 마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서로의 안녕을 바라면서요.




제주도의 한 바다에서, 어른과 아이. iphone 13


바다에 갔다

수평선 너머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다


파도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세계를 유영하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떠나온 세계에 남겨둔 마음에는

어떤 것이 존재하는지


그렇게 밀려오다가 거품이 되어 사라진다는 건

결국, 하나의 종말을 의미하는지


옅어지는 포말처럼

그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늠해 보다가


내가 산산이 부서지는 존재가 되어버린 건

무엇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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