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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읽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여서

시_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 발췌

by ㄱㄷㅇ

적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보다

적당한 비에 젖은 땅에서 만개한 꽃이

더 아름답다고 한 당신이었습니다


황망한 사막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보다

영원히 녹지 않는 눈밭에 떨어지는 햇빛이

더욱 소중하다고 했던 당신이었고요


아무도 읽지 않는 세계보다도

모두가 함께하는 만국이

평화롭다고 한 당신이었습니다


우습게도

누구보다 적박한 세상의 존재이자

무엇보다 황망한 사막을 거니는 인간이기도 한

당신은

망국 속

최후의,

장수로

세계의 끝을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세계선이 무너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당신의 이야기는 누구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여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세계에선

망국의 이야기를 읽어줄 이는 없으니까요.


당신은 틀리지 않았으나 곧

당신의 생을 긍정할 수 있을 일말의 가능성을 제거함으로

영원한 잠으로 빠지게 되겠지요


*고명재 시인의 시 비인기 종목에 진심인 편의 문장을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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