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움큼 버려지는 편지 속에서

by ㄱㄷㅇ


아주 가끔 편지를 써. 수취인을 적을 수 없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야만 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아 무엇보다 부끄러운 글을.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누구보다 부끄러워하면서도 가끔씩, 용기라고 하기엔 그저 객기라고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을 해버리는 나를. 사랑을 믿고 사람을 사랑해서 누구보다 상처받으면서도 또다시 다가올 누군가에 대해서 상상하는 나를.


책장 구석에 놓인 상자를 들춰보다 이내 쏟아지는 편지들. 누구에겐 진심이었을 이야기를 발견할 때면 나는 아주 약간 서러워져서, 다시 한번 그때를 기억하게 돼.

편지를 읽었던 무수한 새벽에 나는 내일로 향할 용기를 얻었어. 눈을 뜨면 다시 시작되는 하루가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되어서, 그다음을 생각하고, 기대하며 나아가려 했지. 그럼에도 가끔은 다시금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같거나 때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음을 생각하려 애썼지.


죽음보다 더한 슬픔은 없을 거라 여기면서.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에 보았던 빛을 기억하고 있어. 아주 가까운 사이에게, 또 완전히 모르던 타인에게도 나는 빛을 보았지. 그리곤 스스로 다짐을 해. 누군가 무너지는 날이 온다면 나는 기어이 그 시간을 넘겨받겠다고. 당신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게 되도록 당신의 어둠이 되어서 빛에 잠식되어 갈 것이라 말이야.


피할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니. 때로는 상처가 덧나기도 해서 마음에 한 겹씩 두터운 감정을 감싸고 그 속에 슬픔을 감추려 애쓰지. 누군가 마주하게 된다면 그 또한 나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짓이 될까 봐 지레 겁을 먹고선 말이야. 그러다 너무 두꺼워진 마음에 나조차 감당이 안 돼서 몸을 휘청거리는 순간이 오면 나는 무언갈 잘못 먹은 사람처럼. 소화가 안 된단 듯이 몸을 쉬이 가누지 못하고 벽에 기대지. 얼른 소화를 시켜야 다음을 해낼 수 있을 거야. 묵은 감정을 씻을 수 없다면 그저 없던 것인 듯 생각하면 된다. 하고 그렇게 그 순간의 상처와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지.




keyword
수, 토 연재
이전 10화아무도 읽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