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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이 유독 눈이 부시던 날
지난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인해
바닥엔 약간의 습기가 남아
젖은 흙내음을 맡다가 문득
함께 숲을 가자던 너의 말이 떠올라
그곳은 아주 고요하고, 또 약간 소곤거릴 테니
지금의 우리에게 더없이 좋을 거라며
떨리는 내 손을 잡아주던 너의 손길도.
우리의 만남이 시작된 이후로
너는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나에게 스며들었고
나는 그런 너를 받아들이며
네 품을 놓지 않으려 아주 조금씩, 나의 곁을 건넸지.
우리가 함께였던 몇 번의 계절 속에서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이
점차 걷잡을 수 없다고 느끼던 때
나는
나의 사랑이 네게 독이 될까 봐
우리의 헤어짐을 말했던 한 여름 속에서
이미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우리를
조금씩 찢어나가던 나는
이전보다 오래되는 장마를 지켜보며
네게 바다를 보러 가자 했고
너는 말없이 내 손을 놓았지
나의 손은 찾을 수 없는 온기를 향해 헤매었어.
여전히 내 곁에 온기라곤 없으나
우리가 함께였을 바다로 향해 가야 함을
지금에서야 깨달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