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뜬구름 잡는 이야길 했을 때 있지,
사실 그때 나는 무척이나 불안정해서
무엇이든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어
그것마저 없다면
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거든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심장이 두근대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순간이 너무나 많아서
길을 걷다 문득 이대로 내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하고
벽에 기댄 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니.
너를 만나러 가던 길에도 나는 몇 번이나 그랬어.
그럼에도 나는 너를 봐야만 했다
너를 보면 미치도록 떨리던 세상 모든 것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거든.
네 목소리를 들으면 시끄럽던 소음이 모두 사라지고
네 눈을 마주하면 기울어가던 세계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으니.
그래. 너를 만나서야 비로소 내가 알던 나로 돌아갔던 거야.
그렇게 우리는 꽤 자주 만났지. 서로에게 좋은 친구였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점차 서로에게 뜸해짐을 느낄 때
왜 그랬던 걸까, 하면 아마도 그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
세상의 모든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좋았던 형태로 이어질 순 없으니
그 시절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절의 관계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뿐이니까.
그렇게 찰나 같았던 순간의 계절이 몇 번이 지날 때쯤
우리는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지.
잘 지냈느냐는 물음에 나는 웃으며 그렇다 했고 너는 다행이라 답했어.
그렇게 짧은 전화를 끝내고 난 후
나는 너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전해야만 할 것 같아서
네게 전화를 걸었지. 너는 곧장 나의 전화를 받았고
무슨 일이느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보내왔어
직전의 전화는 없었단 듯이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침묵이 길어지던 어느 순간
네게 해야 할 말이 있다고, 곧 보자는 말을 건넸지.
우리가 다시 볼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렸지만
오래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는 건 모두 네 덕분이었다.
너의 다정한 말 한마디, 안온했던 품이
나를 살게 만들었어.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