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을 속삭여보고자
숲을 거닐었다.
당분간은 메마른 채로 견뎌야 할 나뭇가지들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의 향기가 났다
살포시 젖은 잎사귀들, 흙의 풋내음
흙을 먹고 싶다
필요한 말을 내뱉지 않고자
하려는 말을 속으로 삼켜 내고자
가을은 아직 떠나지 않았어, 하고
어깨를 스치는 여윈 바람.
이상하지,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바람에게선 가을이 묻어 있으니
시간은 늘 나보다 빨라서
몇 번의 계절이 지나서야
우주 속 원자가 되었다.
먼 별의 마음이 되었고
공허 속 한 줌의 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