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나 오디오 북을 듣다가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에서 달걀 하나와 요플레 하나를 꺼냈다. 아무래도 그걸로는 부족할 것 같아 시리얼에 부을 우유까지 집어 들었더니 간단한 아침이 어느새 뷔페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야금을 좀 치고 놀다가 중국어 공부를 하고 나니 어느새 또 밥때가 됐는지 허기가 느껴졌다. 늦게 일어난 아이에게 점심으로 뭐 먹고 싶나고 물었더니 삼겹살이 먹고 싶단다. 자기 딴에는 엄마가 싫어하는 맥도널드 대신 삼겹살을 말한 것이다.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하고 평소처럼 문에 달아 둔 상자에 점심 값을 넣어 두려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현관문 바로 옆에 자전거가 떡 하니 있어서 너무 놀랬다. 우리 옆집에는 젊은 외국인 부부가 산다. 만나면 서로 인사를 하고 근황을 물어볼 정도로 우리 집과 잘 지내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좀처럼 마주칠 일은 없었다. 옆집에는 큰 자전거가 세 대 있는데 두 대는 옆집으로 가는 현관에 나란히 세워 두고, 하나는 계단가에 세워 둔다. 옆집 사람들은 한 번도 자전거를 우리 현관에 그렇게 가까이 세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 의아했다. 우리 집 아이가 강아지 산책시키러 매일 현관문을 드나들고, 또 조금 후에 음식이 도착하면 문 앞에 두고 가라고 말을 해 두었기 때문에 자전거가 장악해 버린 공간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세워둔 곳은 우리 집에 택배가 도착할 때마다 물건을 두는 곳이기도 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옆집의 자전거를 약간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별 것도 아닌 일로 늦잠을 잘지도 모르는 옆집 부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자전거는 우리 문 앞에서 조금 떨어뜨려 옮겼는데,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건드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 쪽지를 써 붙였다:
Hi! I saw your bike parked right next to my door this morning. I understand that you do not have enough room to store three bikes near you. However, I get my food and packages delivered often and the delivery guys leave what they brought for me at my front door. I did not want to bother you to move your bike so I decided to move it myself just a bit away from my door. I hope you don't mind it. I wish everything is going well with your family. Have a great summer!
-Your next door neighbor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삼겹살 도시락을 아이와 배부르게 먹고 소파에서 한참을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다가 너무 심심해서 아이에게 *산 (동네 산 이름)과 부산 중에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다. 아이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노(No)산에 가자고 한다. 나는 능청스럽게 오산에 가자고 하며 되물었다. 그렇게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며 특별히 한 일 없이 낮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오후 다섯 시경에 우리 집 초인종이 울렸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누구지?' 생각하며 현관문 모니터를 확인했더니, 옆집 사람이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현관문으로 향했다.
옆집 이웃: Hi! Did you write this?
나: Hi! Yes, I did.
옆집 이웃: I am so sorry. My husband fell off his bike and broke his leg so we had to call the ambulance yesterday. When the paramedics arrived, they moved our bike to your side to create some room to carry my husband out of our apartment.
나: Oh, I am so sorry to hear that! How's your husband now? And I see you are expecting a baby too. How far along is your pregnancy and when is your baby due? So many things happened since we last spoke...
올해의 절반을 코로나로 정신없이 보내고 그동안 이웃을 못 본 사이에, 이웃은 둘째 아이를 임신해서 몇 달 후에 출산을 한단다. 그리고 이웃 남자는 어제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를 다쳐서 다음 주에 수술을 받으러 다른 도시로 간단다.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 집 앞에 세워둔 자전거 때문에 쪽지를 보냈으니 나는 정말 너무 무정한 이웃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옆집 이웃은 평소에 다정다감하고 한 번도 우리를 괴롭게 한 적이 없어서 자전거가 현관문 바로 옆에 세워져 있을 때 의외라고 생각은 했지만, 옆집에 그동안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전날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난 것도 같은데 나는 옆집에 손님이 왔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우리 집 현관문을 출입하는데 불편하지 않고, 배달 오면 물건을 둘 공간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를 약간 옮겼지만,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옮겼으니까 불쾌해할까 봐 걱정이 돼서 쪽지를 남긴 것뿐이었다. 망가진 나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나는 옆집 사람이 들고 온 쪽지 뒷면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주며, 다음 주 옆집 남자가 수술받으러 갈 때 아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거나, 다른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나에게 연락해 달라고 했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휴가를 보내는 중이니 타이밍도 좋았다.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정신이 없는 이때, 만삭의 몸으로 남편 다리 수술받는 데 따라가야 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도 돌봐야 하는 옆집 사람의 처지가 너무도 안되었다. 곧 출산도 해야 하고, 출산 후에는 얼마 안 있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집 안에 꼭꼭 숨어 지내다가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쪽지를 보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옆집 사정을 알게 되어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