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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씨 Aug 22. 2023

#현실자각 5탄. 미생의 생존법

바뀌어야 하는 건 조직이 아니라 개인

바보야, 문제는 거시가 아니라 미시였어


요즘 양자역학이 대세다. 

유시민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에서도 그렇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도 그러하다.

그 덕에 천상 문과인 나도 거시역학(물체, 운동 관련 역학)과 

미시역학(원자 내부의 역학)의 차이에 대해 귀동냥이라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걸 조직생활에 대입해 보니, 의외의 깨달음이 있다.

조직 생활에도 두 개의 국면이 있지

하나는 회사 내 조직의 문제, 다른 조직원들과 관계 등 거시적 차원.

또 하나는 나와 회사의 관계, 나와 일의 관계 등 나 중심 미시적 차원.


대기업에서는 사실 둘 모두를 챙겨야 한다.

직급이 어릴 때는 미시적(개인) 차원의 고민이 많다가, 

머리가 굵어지면 오히려 거시적(조직) 차원의 관심이 많아진다.

내 개인의 역량보다는,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어느 라인에 있느냐에 따라 나의 회사 수명이 결정되기도 하기 땜에 그렇다.

사내 복지 문제나 처우 문제로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으로 오면 이야기는 완전 달라진다.

오너가 아닌 바에야 조직 차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가져서도 안 된다.

사내 복지나 처우 문제, 조직 구성 문제로 의견을 낼 필요도 없다.

철저하게 내 일만 제대로 챙기면 된다.

좋은 점도 있다. 

애초에 치밀하게 쪼개진 역할분장이 없기 때문에, 욕심을 내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생긴다. 

‘이건 내 일인데, 저 자식이 선을 넘네’라는 생각도 사실 쓸데없는 대기업병이다.

그런 게 어디 있나. 하는 사람이 임자다.




“내가 브랜드”라는 뻘소리가 진짜로 먹히는 곳은 이곳이었어


자기 계발서에 흔히 나오는 말 중에 

“(회사 내) 모든 일에 주인의식을 가져라, 태도가 중요하다, 내가 브랜드다”라는 말은

그래도 어느 정도 공정함이 담보되는 대기업에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했었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

대기업에서는 프로젝트 규모도 크고 참여자도 많다 보니, 

오히려 성공하더라도 나만의 것이 되기가 쉽지 않고,

공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에 능숙하지 않은 숙맥들은 

일을 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A to Z 내가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

뭔가 제대로 되면 정말 내 것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 빈 구멍들이 많아서, 

일을 찾아서 하면 내 업무 영역을 많이 늘릴 수도 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능동적으로 일하다 보면

단순히 타이틀이나 스펙이 아니라 실제로 역량이 좋아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고스란히 내 것으로 남는다.

그런 다음, 그곳에서 본인이 할만한 일들을 다 하고 나면

그냥 손 탈탈 털고 대우 더 좋고, CEO 마인드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하면 그뿐이다.

미련을 둘만큼 복지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정서적 애착 가질 것도 없으니.



가장 바보 같은 것은 이곳에 대기업 문화를 만들려는 것


그러고 보면, 가장 바보 같은 짓이 

작은 회사의 조직문화를 대기업처럼 변화하길 기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만들어 보려고 시도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교육의 기회를 늘려달라, 복지를 늘려달라. 제대로 된 업무분장을 하라.


참 공허한 말들이다. 

정말 뼈를 묻을 때까지 다닐 생각이 아니라면.


업무에 필요하면 내 돈 들여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실제 활용해서 경력으로 만들면 그뿐이다.

작게라도 주어진 복지가 있다면 감사하고 누리면 그만이다.

업무 분장 따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자기 단련의 기회라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하면 그만큼 자기 역량이 자란다.


이곳은, 정글이다.

계급장 떼고도 자신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곳은, 돈 받으면서 배우는 수련의 장이다.

월급 받으면서 익히면 된다, 악착같이.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미생은 마침내 완생으로 다시 태어난다.

일 인분의 몫을 해 내는,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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